출자총액제는 왜 이렇게 죽었다가 살고, 살았다가 죽고는 다시 살아나려고 할까. 얼마나 무섭기에 억지로 죽였으며, 얼마나 힘세기에 다시 살아나려고 하는 것일까? 출총제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19일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출총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투자촉진과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폐지됐었다. 그런데 이제 같은 당의 새로운 ‘실권자’가 다시 살릴 뜻을 비친 것이다.
물론 박 위원장의 무게는 전면 부활보다는 ‘보완’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렇지만 일단 살려야 보완이 되는 것이니 ‘부활’된다도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민주통합당 이미 지난 17일 발표한 10대 핵심정책의 하나로 출총제 부활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를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우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총제는 재벌기업이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제도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으려는 규제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기업친화’를 자처하는 정부에게 끊임없이 공격대상이 되다가 결국 이 정부 들어 폐지됐다.
출총제는 1986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처음에는 자산총액 4천억 원 이상 32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했다가 1993년 자산총액 30대 재벌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김대중 정부에 의해 없어졌다가 재벌의 순환출자 문제 등이 제기되자 2002년 부활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적용되었다. 2007년 4월에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 소속의 기업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계열사·비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완화됐다.
2009년 3월에는 다시 폐기됐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SK, 롯데, GS 등 10개 기업집단 31개사가 규제로부터 ‘해방’됐다.

그러자 재벌과 친인척 기업들이 제빵 커피점 등 외식사업과 소모성자재구매대행 사업 등 중소기업 영역에 무차별 침입했다. 게다가 계열사들끼리 일감을 몰아주며 중소기업을 몰아냈다. 때문에 ‘탐욕의 화신’이라는 비난이 다시 거세게 일어났다.
과도한 탐욕은 반발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도 중소기업과의 공생을 추진한다며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출자총액제가 있는 한 공생이든 동반성장이든 모두 불가능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갔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출자총액제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의식과 요구는 정치권에도 삼투되었다. 야당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까지 이런 요구를 수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 않아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출총제가 부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기업들은 반대한다. 그렇지만 출총제가 없는 사이 보여준 탐욕적 행태가 정부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공분을 샀다. 그 결과 다시 나온 것이 출총제인 것이다. 요컨대 재벌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면적인 부활보다는 ‘보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과거 출총제를 만들 때나 부활시킬 때와 경제여건이 달라졌으므로, 현재의 여건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문제는 이번에 출총제가 어떤 식으로든 되살아나면서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과 탐욕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조건 억제하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적절한 질서 통제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동안 출총제와 관련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으므로, 이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안정적고 항구적인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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