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픽사베이

“편견은, 타인의 삶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위축시킨다.”
- 곽정은,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中

칼럼니스트 겸 방송인 곽정은의 말이다.​

타인의 삶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도 위해를 가하는 편견이라는 놈의 가공할 힘.
무섭다.

“산부인과는, 여성의 다른 여성을 향한 편견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 곽정은,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中

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당당하게, 그것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마땅한 산부인과. 세간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 하나, 아직도 이곳은 편견의 장소로 남아 있다.

​곽정은의 말마따나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른 여성을 향한 편견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장소'다.

“여자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는 말은 사실 함부로 남자를 만나 몸을 굴려서는 안 된다는, 그 표현 자체만으로 편견이 가득 배어 있는 도적적 명령에 가깝다. 남자는 원래 욕구를 잘 못 참는 동물이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들 틈에서도 몸을 잘 간수해서 남편이 될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숨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곽정은,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中

이 책의 부제는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다. 편견 가득한 도덕적 명령(혹은 망령)의 생명력이 너무도 질기다.

곽정은은 저평가되어 있다. 방송에 나와서 섹스와 연애에 대해 말한다고, 그녀의 말과 글이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편견’이다.

물론 그녀의 주장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개 이런 말은 사족이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실언이 있었을 수도, 표현상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었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오랫동안 글쟁이로서 내공을 쌓아왔던 그녀의 커리어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것은 지나치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는 몇몇 표현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유보하고자 한다. 표현의 문제는 그것에 국한해 평가를 받으면 될 터이니.)

어찌 됐건 페미니즘 담론이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왕성하게 논의되기 이전부터, 그녀는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편견에 대해 여러 장소에서 이야기해왔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본 책 속 문장(“편견은, 타인의 삶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위축시킨다”)에 이끌려 이렇게 생각보다 길게 읊조리게 됐다.

그녀는 최근 대학원에서 성인상담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편견으로 자신의 삶을 위축시키는 우리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나와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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