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통합당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수당으로서의 패배감 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법안에서 소수당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는 있으나, 그런 것에 그다지 구애되지도 않는 것 같다.

중진들의 자세도 갈수록 도전적 공격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여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나선다. 정세균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겠다고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 출마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출마하겠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정몽준 의원과 맞붙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기가 살아날 대로 살아난 모양이다.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텃밭에서 손쉽게 선거를 치르고 선수만 쌓아오던 사람들이 이제 낯선 땅이나 사지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첫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2%선까지 하락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반대의견은 67.3%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이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단일화를 통해 세를 결집했다. 그 결과 지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통합 이전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부분 한나라당에 뒤졌으나 통합이후에는 크게 역전됐다. 그러므로 최근 민주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통합의 효과라고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은 1987년 6월항쟁 직후의 상황과 대비된다. 당시에도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컸지만, 야권의 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야권이 통합됨으로써 이명박 정부로부터 떠난 민심을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다. 누수가 없다.

이렇듯 단일화의 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수치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선택대안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셈이다. 앞으로 큰 실수만 없으면 다가올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호남 영남의 지역감정도 약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적인 구분보다는 글자 그대로 정치적 판단과 성향,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감정은 1987년 야권의 분열로 촉진된 측면이 강했는데, 이제 그런 낡은 유산도 점차 해소되는 듯하다.
여러가지가 한 세대 가까운 세월을 돌아온 셈이다. 야권 단일정당 건설이나 지역감정 해소 등이 25년을 허비하고 나서 실현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많이 변했다. 25년 전의 주역들 가운데 일부는 이 세상을 하직했다. 또 일부는 새로이 주역으로 발돋움해 가고 있다.

반면에 여당은 그야말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존폐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여당의원 가운데서도 한나라당은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패배감이 짙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는 1987년 민주정의당이 직면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민정당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야권의 분열을 틈타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재창당 주장에 이어 당명개편 논의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거 민정당이 직면했던 위기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그때의 민정당이 국민과 야권으로부터 ‘타도’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의 한나라당도 그런 것은 아니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외피나마 민주화시대의 정당으로 적응하려고 나름대로 애써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체질적으로 민주화시대의 정당답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24일 밝힌 당대표 폐지론 같은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여당은 이런 위기를 맞이해 진정으로 민주화시대의 정당답게 탈바꿈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 민정당이 집권하던 5공화국과는 분명히 다른 시대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 아래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은 우선 이명박 정권이 5공식으로 저지른 일들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과 야당의 극단적인 반발과 원성을 불러일으켰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두 차례의 선거가 치러진 다음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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