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놀랍다. 내 눈과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들이 이런 사업까지 해왔나 하고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빵집, 커피점, 순대, 청국장 등등.
 
그러나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대형 재벌들이 요즘 ‘서민사업’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호텔신라이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ㆍ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고, LG그룹 관련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대표이사 이승우)은 순대와 청국장 소매 시장에서 철수한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동 사옥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운영중인 구내 카페 '오젠' 사업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재벌의 이런 움직임에는 뭐니뭐니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만석꾼 경주 최 부자의 예를 들면서 "흉년이 들 때면 부자 만석꾼들이 소작농들의 땅을 사서 넓혔지만 경주 최씨는 흉년 기간에 어떤 경우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켜 존경을 받았다"고 밝혔다.
 
참으로 정곡을 찌른 지적이었다. 재벌들이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이처럼 정확하게 지적한 경우도 없다. 아마 재벌들이 뜨끔했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재벌들이 아무리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넓혀 간 것은 분명하다. 여론의 지탄이 아무리 크더라도 재벌에게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오자마자 하루가 멀다 하고 재벌들이 꽁무니를 빼는 것이다. 대통령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이야!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도 참으로 적절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기를 적극 검토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시가 나오자 마자 노동부가 장시간근로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가운데 가장 길다. 그럼에도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오히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빌미로 고용을 되도록 적게 늘리면서 기존직원을 더욱 부려먹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니 청년실업자는 줄어들지 않는 반면 기존 직원들은 그야말로 ‘착취’당한고 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 결과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내수 위축, 여가와 문화생활의 빈곤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한 마디 했으니 이제 근로시간 문제도 반환점을 돌아선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 혹은 재계의 반발이 있겠지만, 이제 근로시간 단축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당선될 때 국민들이 걸었던 기대 가운데 하나가 이런 것이었다. 대기업에서 오래 일했기에, 대기업의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이었기에, 적절하게 질서를 잡아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가 ‘기업친화’를 내세웠을 때 기업의 윤리에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런 기대와 달리 엉뚱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반대세력을 몰아내거나 보수언론 챙기기만 열심히 했다. 종합편성채널 출범이 그 대표적인 ‘성과’였다. 내 생각으로는 4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말에 와서 이런 문제 해결에 나섰으니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진작부터 움직였다면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지지 않고 집권당의 당이름까지 바꾸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 이 대통령이 이제나마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평가해 줄만한 일이다. 그러니 늦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힘써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 4대강이나 종편, 내곡동 사저 등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이런 문제만이라도 잘해 두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당장 완전히 해결되지 않더라도 ‘해결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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