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의 청년실격]

[청년칼럼=이주호] 마케팅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내 나이가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과제까지 하는 즉 멀티태스킹에 능한 세대”라고 한다. 듣고 보니 크게 이의제기 하고 싶진 않다. 나이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경제활동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깐 20살부터 40살까지는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 아버지도 '멀티태스킹에 능하다'는 것을 빼면 밀레니얼 세대 특징에 전부 해당된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멀티태스킹 능력은 나도 없다. 불운하게도 난 이번 생에 밀레니얼 세대엔 실패한 것 같다.

아무튼 너무 큰 분류법이다. 점집에서 “요즘 걱정 많지”라고 던지는 수준 아닌가 싶다.

기업 입장에선 “어떤 어떤 세대”로 구분 짓는 심정이 이해가 된다. 경영학인 내 전공을 십분 발휘해 보자면 “세그멘테이션-타겟팅-포지셔닝(Segmentation - Targeting – Positioning)”자체가 그들 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라는 시장 세분화를 통해 그들의 특징을 잡아야 한다. 소비자의 돈을 가져오기 위해선, 당연히 소비자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기업 입장은 이해가 된다만, 느닷없이 세그멘테이션을 술자리에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들도 나한테서 돈을 가져가려 하나 경계하지만 그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술값을 낸다. 뭔가 이상하다. 나를 어쩌구 저쩌구로 구분하는 것은 나한테서 돈을 가져가려 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지 않고선 동기가 없지 않는가. 알고 보니, 그들은 나를 세그멘테이션하는 대가로 내 기분을 가져간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내 앞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나는 여러 가지 형태로 규정된다. 밀레니얼 세대로 규정됐던 건 양반이다. 방금 막 취업한 선배 앞에선 “아직 덜 간절한 취준생”이 내 역할이고, 어중간하게 아는 먼 친척 어른한텐 “결혼 적령기 청년”이 된다. 정치 얘기 실컷 하는 오른손잡이 어르신한텐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이며 사촌 형은 “놀고먹고 대학생”이라 부른다. (이건 인정한다.)

사람들의 분류 욕망은,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욕심보다 크다. 나를 먼저 알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카테고리를 찾고 거기에 나를 맞춘다. 나는 “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가 알고 있는 어떤 항목 중에 한 명으로 편입된다. 그게 본인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사람과 같이 나 역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를 “꼰대”항목에 넣으면 그만이다. 이미 이 방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꼭 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단 관심이 덜한 사람들 같다. 조금만 관심 가지면 다 보일 것들을 물어보고, 단정 짓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결론 내니깐. 인생에 거창한 목표는 없다. 다만 하나 바라기는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의 모습으로 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주호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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