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논객칼럼=황인선] 지난주에 지리산 포럼에 다녀왔다. 올해 5년 차 지리산 포럼은 남원군 산내면에 귀촌한 활동가와 귀촌인들이 매년 여는 꽤 유명한 포럼이다. 4일 간에 걸쳐 산내면 여러 곳에서 3-40여개 강의와 토론, 산책, 사람 책, 밥 나눔, 영화 상영 등이 이루어진다. 주로 사회변화, 귀촌인의 삶, 지역 혁신 사례 등이 주제로 다루어진다. 내가 갔을 때 첫날은 산내 초등학교 강당에 약 200여명이 참가했다. 포럼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자가 각자 모르는 3인과 서로를 소개하라고 하면서 자신을 소개할 3개의 키워드를 나눠준 엽서에 써서 하라고 한다.

Ⓒ픽사베이

3개의 키워드를 나누며

좀 민망했지만 모두가 열심이어서 나도 참가했다. 무엇을 쓸까 하다가
- 웃음 문화 TF
- 미화 샘 경비 샘 꽃바구니 생일 선물
- 쓰레기 줍는 센터장
이 3개를 적었다. 나는 현재 서울혁신파크를 관리하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이다. 혁신의 추상성과 무게감이 파크를 누르고 있다고 보아서 10월부터 웃음문화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후에 어쩌면 나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결국은 모두가 웃는 삶을 살자고 혁신도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웃음과 문화는 사회혁신의 시작이면서 완성일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나는 가볍게 웃는 재미를 좋아한다.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서 “그 사람은 힘든 건 참아도, 재미없는 건 못 참을 걸요”라고 했다고 한다. 전에 만든 공익마케팅협동조합에서도 내 직함으로 웃음 고문을 만들어 맡았었다.

미화 샘, 경비 샘은 우리의 MOT(Moment of Truth)존재다. 골프장에 가면 캐디가(대표사례로 나는 스카이72CC의 캐디들을 꼽는다), 백화점에 가면 점원들이 손님을 먼저 맞고 그들의 인사와 대응에 그 공간은 평가를 받으니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파크를 찾는 사람들은 미화샘, 경비샘들에 의해서 파크를 일차적으로 접한다. 현재까지 5분에게 꽃바구니를 드렸다. 세종대왕이 새겨진 돈 두 장도 같이 드린다. 그리고 사진 찰칵하고, 그것을 파크 내 입주단체 대표들 단톡 방에 올린다. 그늘에서 움직이는 분들 잊지 말고 꼭 “수고 많습니다" 라고 말해달라며(그게 따뜻한 혁신의 시작이라고. 나중에는 파크만의 인사법도 만들 생각이다). 작은 건데도 너무들 좋아하신다. 한 해 대상이 26분이고 인당 7만원이니 182만원 들어간다.

쓰레기를 주우며 사람을 본다

나는 출근길에 파크 입구의 미니 서점 ‘한평책빵’에서 황쏘공(『난쏘공』을 비유해 직원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라며 책빵 주인이 그것을 아예 메뉴로 만들었다. 맥심 커피. 1000원) 커피를 마시고 피아노 숲, 혁신광장을 거쳐 사무실까지 200미터 길을 쓰레기 주우며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화샘들이 치워도 그 넓은 곳에는 맹점이 있기 마련이다. 매일 여기 저기 눈에 뜨인다. 담배꽁초, 사탕봉지, 커피 컵과 빨대... 종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버린 것도 있고 날아온 것도 있다. 그 쓰레기들을 줍다보면 땅을 보게 되고 그 땅에서 어제 있었던 일들을 상상한다. 어제 아이들이 놀다가 갔구나, 여기서 누군가 밤늦게 커피를 마시며 고민을 주고받았겠구나... 등등. 허리운동도 잘 된다. 그렇게 치워도 누군가는 매일 버린다. 쓰레기를 줍다보면 알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고 인생이고 조직이라는 것을. 그것을 알고 받아들여야 혁신은 시작된다. 서울혁신파크는 위대한 공간이다. 여기에 쓰레기는 매일 버려진다. 다 같이 줍는 그때를 기다린다. 큰 길을 가려면 깨끗하게 가야한다. 

 황인선

현 서울혁신센터장.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KT&G 미래팀장, 제일기획 AE 등 역임. 컨셉추얼리스트로서 마케팅, 스토리텔링, 도시 브랜딩 수행. 저서 <꿈꾸는 독종>, <동심경영>,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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