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흘러간 노래를 다시 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요즘 모든 정치환경이 기업들을 위축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결코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장이 줄면 고용이 걱정되는데 기업들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재벌개혁을 내세우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도록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일부 주장과 요구들은 지나치다는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하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29일 밝힌 재벌세가 ‘지나친’ 예에 속할 것이다. 재벌세 문제는 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이미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전경련과 경총 등 재계단체도 비판 코멘트를 내놓았다.

그러자 민주당은 재벌세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에 집착한 나머지 전례 없는 높은 주장을 내세웠다가 후퇴한 것이다. 뭣이든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무시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셈이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의 상황인식도 온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 대통령이 주장하듯 성장이 줄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옳다. 그렇지만 어떤 성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재벌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그런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벌 위주의 성장을 추진하고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방치한 결과 빵집이니 순대나 청국장, 동네슈퍼 등 ‘서민사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자생적인 기술개발이나 기술축적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며칠 전 이 대통령 자신이 적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종전의 인식을 되풀이하면 재벌개혁을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되기 쉽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재벌의 힘과 가능성을 존중하되 합리적으로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질서를 잡아가는 일이다. 그 방법으로는 출자총액제도나 중소기업적합업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지금의 실정에 맞는 방안을 선택해 시행하면 된다.

민주통합당이 내놓았던 ‘재벌세’의 경우처럼 과도한 규제를 가하려 하거나 또는 과거처럼 성장을 중시한 나머지 재벌을 아예 방치해 버리는 것 모두 무익한 일이다. 과도하지도 않고 허약하지도 않은 안정된 ‘질서잡기’가 지금은 필요한 때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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