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요즘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다. 대형마트들이 동네 곳곳에 속속 지점을 내면서 재래시장 상권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일본의 사정도 비슷하다.저스코, 이온, 이토요카도 등 일본의 메가마트들이 변두리까지 지점을 내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도 메가마트들로 인해 재래시장의 30%가 망했고, 아오모리같은 지방의 경우는 아예 시장 자체가 페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거꾸로 그 대형메가마트를 울상짓게 만든 30평짜리 채소가게가 등장해서 일본인들이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도쿄의 변두리, 오타구의 기타레이초에  있는 30평 규모의 작은 채소가게  안신야(安信屋). 그 안신야의 길 건너에 재작년 봄 어느날, 일본 최대의 메가마트인 저스코가 문을 열었다.

저스코는 문을 열자마자 개업기념 세일에 들어갔고, 손님들은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안신야는 파리 날리는 가게로 바뀌어갔다. 지난 20년간 스즈키 아키라 안신야(62) 사장은 지역주민을 상대로 장사를 잘해왔는데 그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되고 말았다.

3층의 우람한 건물에 다양한 상품을 갖춘 수천평의 매장, 매일 빵빵하게 돌아가는 에어콘에, 청결도까지 갖춘 저스코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6개월쯤 지나자 안신야 사장은 가게를 그만 두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그리고 여기서 물러설 수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스코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세일 깃발을 몇 개 준비했다. 저스코가 미끼상품으로 배추 세일에 들어가면, 그 순간 그는 저스코보다 더 낮은 가격의 세일깃발을 걸었다.

두 번째로 그는 저스코같은 메가마트는 매우 번다한 유통체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즉 채소가 산지에서 점포까지 도달하는데 산지매입-운송-저스코 물류창고-물류 전산화 -지점분배-운송-지점도착의 매우 복잡한 마켓팅체계 때문에 이틀이나 걸리는 것을 안 것이다.

그는 속도전으로 저스코를 공략할 작전을 세웠다. 그는 매일 아침 5시 산지의 밭에 가서 그 자리에서 그날 팔 배추, 무, 파, 시금치 등을 뽑아 트럭에 싣고 가게로 직송해왔다. 그전까지 그는 채소도매상에서 자신의 가게까지 배달까지 해주는 채소를  팔았는데 그런 안일한 방식을 과감히 집어 던져 버린 것이다.
 
즉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던 일을 채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새벽 5시에 뽑은 채소를 아침 9시엔 자신의 가게에 진열했다. 불과 4시간 만에 밭에서 뽑은 채소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하자 신선도 면에서 저스코의 채소는 안신야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셋째는 저스코의 세일이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사 통제 아래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저스코가 할 수 없는 품목까지 오전 10시에 한번, 오후3시에 한번 세일을 실시했다.
즉 저스코는 미끼 세일 상품을 일주일 전에 본사에 요청해서 물량을 확보한 후 세일을 하는데 비해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을 가리지 않고 해나갔다. 자신이 주인이므로 그런 면에서는 저스코의 점장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수지타산을 맞추는 일.스즈키 사장의 새로운 작전이 시작됐다. 전체 채소 중 20%는 원가 이하 판매, 20%는 원가, 나머지 40%는 정가판매, 20%는 고가판매라는 마켓팅 방식을 고안해냈다.
 
즉 40% 정도 상품은 적자거나, 원가이지만, 나머지 60%는 정상가 이상으로 판매, 남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배추는 미끼상품으로 원가 이하로 밑지고 팔지만, 손님은 반찬을 만들기 위해 생강, 청각, 마늘, 파 등을 또 구입해야하므로 거기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손님들은 안신야가 저스코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낫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안신야는 연간 50억원, 매달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도쿄 최고의 채소가게가 되었다. 요즘 일본에는 작은 거인 안신야, ‘골리앗을 이긴 다윗 안신야’라는 기사로 안신야를 배우자는 열풍이 일고 있다. 불과 30평의 작은 채소가게, 안신야.

우리나라 재래시장도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만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안신야 같은 기발한 전략과 마케팅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봄이 어떠하신지.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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