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장관들이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 대통령이 재벌의 무분멸한 서민사업 장식에 비판을 가해 이제 정신을 차렸나 싶더니, 다시 태도를 180도 바꿨다. 뒤이어 정부 각부처의 장관들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래서 어리둥절하다. 우리가 정부 경제장관들의 발언을 듣는 것인지, 아니며 전경련 회장이나 재벌총수들의 변명을 듣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일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에  또다시 반격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기업 때리기'식 공격은 국민 간의 편 가르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런 현상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도 "각 정당의 대기업집단 때리기는 전세계적 양극화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지만, 가진 쪽과 힘있는 쪽에 대한 지나친 질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을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 김 위원장은 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초청강연에서 "출총제는 글로벌 경영환경과 개별기업의 특성이 감안되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인 것이다"고 규정했다.
 
그는 "대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승부를 업종전문화로 할지, 다각화로 할지는 기업 스스로 책임을 갖고 결정할 문제“라며 때론 기업규모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기업에 무리하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에 비효율을 가져온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야당의 출총제 부활 필요성 주장은 일종의 정책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딱히 부활해야 할 여건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장관 모두가 전경련 회장이요, 재벌총수들이다. 지금까지 재계가 주장해 온 이야기를 이들 장관이 앵무새처럼 되뇌인 것이다.
 
이들 장관은 재벌의 횡포를 개선해고 공생발전에 공감하는 듯한 말도 곁들였다. 그러나 그 제시한 방법이란 것이 자율규제와 사회적 책임 등 추상적인 대책 일색이다.

이를테면 박 장관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소득 불균형을 줄이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특히 공생발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벌에게 부의 공정한 분배에도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의 출자계열사, 지분율, 진출업종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벌의 거래와 지분흐름을 공개해 사회적 감시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평판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이나 자율규제 주장 역시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도 이야기해 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대로 된 적이 없다. 도리어 말은 근사하게 해놓고는 다른 쪽에서는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통해 서민의 밥그릇과 중소기업의 기술과 사업을 가로채 왔다.

이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도 인정했고, 해외언론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제 정부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친재벌정권’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기업활동을 법이나 제도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모두가 공감하고 실행가능한 제도와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주장하듯 재벌의 ‘자율’에 맡긴 결과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로는 ‘재벌의 탐욕’이 통제되기 어렵고, 공정하고 균형있는 경제질서를 정립한다는 것은 요원하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를 고장난 녹음기 재생하듯 되풀이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과오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나 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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