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종 블루’ 담뱃갑이 묘하다. 이 담배에 실린 고양이와 마우스 그림이 애연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파란 색의 담뱃갑 정면에는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달려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선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 앞에는 컴퓨터 주변 기기인 마우스가 하나 놓여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제각기 "고양이 앞에 마우스가 딱히 있을 이유가 뭘까?" 상상해 보게 된다. 고양이라면 쥐(mouse)를 쫒아야 하는데 왜 컴퓨터 주변기기 마우스를 그려넣었을까? 아마도 MB를 연상시키는 `쥐`를 그릴 수 없어서 그 대신 마우스를 그려넣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마우스에는 `꼬리`도 달려 있다. 고양이 그림은 담뱃갑 표면에 그려져 있는데 반해, 마우스는 갑을 싸고 있는 비닐 포장에 그려져 있는 것도 묘한 상상력을 유발한다. 문제가 될 경우 이를 교체함으로써 손쉽게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주고 있다.

마우스 그림이 그려진 레종 담배가 출시된 것은 지난해 10월19일. 10·26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기 1주일 전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담배에 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결국 이 그림은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사실 ‘쥐’ 그림은 지금 이 나라에서 함부로 그려서는 안될 ‘신성한 동물’ 또는 ‘금기동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른바 `쥐벽서 사건`이후 그렇게 됐다.

‘쥐벽서 사건’은 지난 2010년 한 대학강사가 G20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넣었다가 재판을 받은 사건이다. 그 대학강사는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벌금 2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때부터 쥐는 함부로 그릴 수 없는 동물이 됐다.

KT&G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이 ‘신성한 동물’을 함부로 그릴 수는 없다. 나아가서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려넣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히 ‘순수한’ 의도로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그림은 KT&G가 애초 의도한 바와는 다른 상상력을 유발한다. 그렇기에 ‘레종 블루’의 이 그림은 아마도 머지 않아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이 그림 디자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당분간 KT&G의 후속조처를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문제의 담뱃갑도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담배갑이 훗날 이 시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증거로 평가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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