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소 여물통@논객 자료사진

조국사태가 한고비 넘긴듯하지만 보수-진보 진영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여전합니다.

서울 서초동이나 광화문은 이념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이고,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엊그제 가까운 이들과 집 근처 음식점을 찾았다가 겪은 일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인이 다가와 “서명 하나 해주실 수 없냐”고 묻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겨를도 없이...

“무슨 서명이냐?”고 하니 ‘누구~ 누구~ 퇴진서명’이라고 합니다. 몇마디 더 오갔습니다.

“그런 서명을 왜 음식점에서 받으세요?”(기분 나쁘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그게 아니라~~ 자주 오시는 손님이 서명 좀 받아달라고 해서요. 명부를 놓고는 부탁하고 가네요. 단골손님인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해서...”

“아~ 그러세요... 그나저나 서명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주인 역시 “이편도, 저편도 아닌데 손님이 부탁해 안해줄 수 없어 청해봤노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씁쓸했습니다. 자주 오는 음식점이라고 점주에게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상대로 ‘특정인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달라는, 그 무례한 행동이 놀라웠습니다.

음식점 주인이야 단골손님 부탁이니 마지못해 응했을테지만, 오는 손님들 성향 아랑곳않고(자칫 언쟁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인데) 단골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해댄 겁니다. 일상의 이런 행태들이 조국사태를 둘러싸고 대한민국 민심을 두동강낸 게 아닌가.

이튿날엔 문상 갔다가 ‘편가르기를 강요당하는’,  유사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조문자리에서 만난 지인이 술 한잔 들어가자 면전에서 댓바람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문재인이 이렇게 나라를 갈라도 되는 거야?~~~”

“??? 그게 뭐~ 가른다고 해서 갈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갈라진 거지...”

“문재인이 갈른 거지...누가 갈라?  갈라지긴 뭐가 갈라져!~”

나름 격의없이 지내온 사이인데, 이념의 적을 만난양 고함을 질러대는 태도가 당혹스러웠습니다.

갈라진 것으로 현상을 보는 것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님에도 "가른 게 아니고 갈라진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문 정권을 옹호하는 것이요, 그렇게 말하는 너는 문빠”라고 다그치는 듯했습니다.

일상에서 조차 조곤조곤 대화는 실종되고, 격해지며 니편 내편 이념공격의 극단으로 치닫는 행태들이 이즈음 곳곳에서 목도됩니다. ‘때려죽일 X’ ‘개XX’같은 거친 표현들이 일상 대화속에  난무하고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적으로 응시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순간 바로 반대편이 돼버리는, 중간은 없고 어느 한쪽이 돼야 하는, 아니 어느 한쪽이 되기를 강요받는 세상이 됐습니다.

가운데는 이제 설 땅이 없습니다.

가운데를 인정 않는 풍토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의 조정과 타협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좌우 진영논리가 일상 속 깊숙히 파고 들어와 똬리를 튼지 오래. 이념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무리들은 시도때도없이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섭니다. 광장으로 달려가는 네가 투사라면? 나는 의병! 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정의요, 독립운동이고 애국운동입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니러니가 없습니다.

정치가 실종된 채 진영논리와 행태에 갇혀 ‘가운데는 없어진'  2019년 10월의 대한민국 민낯입니다. 그러는 사이 소리없는 민초의 생활은 더 팍팍해져만 가고...

그래! 이제 '조국의 소'는 누가 키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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