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베를린(Berlin)2

신나게 놀아보아요

오늘 해가 떴으니
맥주 한 잔!
해가 뜨지 않고 비가 온다면
그래도 맥주 한 잔!
해가 뜨지 않고, 비가 오지 않고, 바람만 불어도
그래도 맥주 한 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맥주 한 잔! 

10명까지 앉아서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식 자동차는 맥주 홍보차 겸 놀이차 겸
그냥 제멋대로 즐기는 차. 

만든 사람은 기특하고
그것을 즐기는 청년들은 부럽다. 

페달을 밟으며 맥주를 마시는 베를린의 ‘달리는 포장마차’. 최대 10명의 젊은이들이 마주 앉아 맥주잔을 높이 들고 신바람을 낼 수 있게 고안됐다. 그리고 자전거식 ‘관광 마차’. Ⓒ김인철
Ⓒ김인철

외로울 땐 그저 커피 한잔

혹 ‘300원’이라는 노래를 아시는가?
뚜띠(Ttutti)라는 쌍둥이 자매가 부르는 트로트이다.
“당신의 빈 지갑에 동전뿐이면 / 300원 커피도 맛있습니다”
라는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스타벅스의 향긋한 카페라테가 아닌
이른바 ‘봉천동 커피’에도 참된 사랑이
담겨 있다고 감미롭게 속삭이는. 

베를린 ‘승리의 탑’ 언저리에
세워져 있는 세 바퀴의 작은 커피트럭.
어쩌면 칵테일 트럭일 수도 있고
어쩌면 술집 홍보차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저 커피려니 내 맘대로 생각하고는 

커피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젤 좋아!
촌스럽게 단정 짓는 것은
내가 촌스러워서일까?
아니면
스타벅스 카페라테의 참맛을
모르기 때문일까? 

‘대낮에 웬 술이냐’며 운치 있게 커피를 마시겠다는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이동식 커피 트럭’. Ⓒ김인철

사소한 것의 예술성

“예술가들의 70%는 사기꾼이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예술가는 화를 내겠지만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소설 하나를 썼을 때
어떤 평론가가 막 분석을 해서
이러쿵저러쿵 의미를 부여할 때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는 그저 글 하나를 쓴 것에 불과한데... 

그림도, 조각도 마찬가지 아닐까?

길거리에 놓여 있는 그닥 쓸모없어 보이는 탁자 하나.
그리고 작으면서도 튼튼한 시계탑.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예술품이다.
숱한 날을 구상하고
깎고 다듬어 만든 멋진 탁자가
돌보는 사람 하나 없이 그저 나무 아래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관심이 가슴 아프다.

베를린 길거리에 놓인 탁자 하나, 그리고 작은 시계탑. 사기의 예술일까, 아니면 진정한 예술 작품일까.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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