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청년칼럼=한성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상담원에게 폭언을 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형법 제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상담사분과 말을 할 때 특별히 조심을 했더니 상담사분이 나에게 폭언을 했다.

인터넷 쇼핑의 정보제공 동의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단음식이 당기지 않는 나는 최근 캐쉬너츠의 매력에 빠졌다. 나도 100세 무병장수를 노려볼까하고 1일 1너츠를 실행 중이다. 캐쉬너츠는 매장에서 사면 고가이기 때문에 인터넷 주문을 이용한다.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을 할 때 상조서비스 회사에 정보제공 동의를 하면 천원을 할인해준다고 해서 체크를 했는데, 이게 내 수명을 줄이는 일이 될 줄이야. 정말 천원 아끼려다 숨넘어가서 상조서비스 사용할 뻔 했다.

상조 서비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는 내가 주문한 캐쉬너츠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상담사분은 다짜고짜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아니, 지금 건강을 위해서 직장도 때려치우고, 잠도 늘어지게 자고, 헬스장에도 가고, 무엇보다 없는 살림에 캐쉬너츠까지 주문해서 먹는데 내일 죽을 수도 있다니. 나는 내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그 흔한 당뇨병도 없으며, 담배는 질색이며 술은 소주 한잔을 10번 끊어서 1시간에 걸쳐 마신다고 항변했다.

이 분은 내 얘기는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1년 후에 죽으면 얼마, 몇 달 후에 죽으면 얼마, 내일 죽어도 얼마가 나온다며 바로 구입하세요, 만 외쳤다. 나는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며, 죽어도 사람이니까 이름을 남기고 싶지, 상조금 같은 걸 남기기는 싫다고 농담을 하며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이 사람이,
“그럼 상조 서비스 정보제공동의는 왜 했어요?”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대들면 폭언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뭇거리고 있자,
“꼴랑 천원 때문에 그랬죠? 다음에는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는 폭언이 날아왔다.

당황해서 잠시 정신을 못 차린 후,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최대한 정중하게, “아니, 그래도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을 꺼냈다. 벌써 그분은 전화를 끊은 후였다.

Ⓒ픽사베이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지?

비행기 안전규칙에서 배운 대로 심호흡을 해보았다. 손발이 떨려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인도의 바라나시까지 가서 배운 버파사나 명상까지 시전해보았다. 아니,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개인정보 동의하면 상조서비스 등록해야 하나?

직장을 그만두고 남에게 화를 받은 적이 1년이 넘었기에 나는 감정의 통제가 되지 않았다. 울화통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천원의 가치는 이렇게까지 큰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한국에서 일평생을 직장생활 하며 온갖 또라이들을 다 상대한 백전노장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또라이들은 그냥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무시가 어려웠다.

무시하지 못하면 빨리 죽을 수도 있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위해 25년간 8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하고 사람의 마음과 치유를 주제로 3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오시마 노부요리는 상대의 무례를 무시하는 법을 집대성해 <무시했더니 살만해졌다>라는 책을 펴냈다.

노부요리는 사실 이런 또라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즉, 이 또라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폭언을 퍼붓는다는 말이다. 즉, 나에게만 또라이짓을 하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아무에게나 짖는다는 뜻이다.

폭언을 무시하는 방법

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 부자의 사고방식을 배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마음부자는 마음의 여유가 많아 사소한 손실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미친개가 나만 노리고 짖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면 되지 굳이 옆에서 간접흡연을 하면서 훈계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무시하는 기술의 고단자들은 이런 태도까지 취한다고 한다. “누가 내 머리부터 배꼽까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나한테 뭘 어찌하든지 나는 신경 안 써요.”

마음 부자들은 사소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작은 일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부자들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신경 쓸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기준으로 선 긋기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통 정체가 심한 시간에 버스를 탔을 때 ‘왜 이렇게 차가 막혀, 운전기사 실력이 영 꽝이네, 시청 공무원들은 뭐하나 이런 거 하나 해결 못 하고, 이 시간에 저런 인간들은 또 왜 차를 끌고 나온 거야, 등등의 마음 낭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가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즉각 신경을 끄고 다른 일에 집중한다고 한다.

일 잘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노부요리는 부록으로 일을 잘해도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도 제공하고 있다. 누구 못지않게 업무 능력이 뛰어난데도 승진심사만 하면 떨어지는 사람을 위해서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나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한다. 성과를 낸다고 해도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려 드는 사람이 없서서 결코 인정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올해는 마음 부자 되세요

혹시 매일 매일 열 받게 하는 일이 꼭 하나는 생기지 않는가? 직장에서 혼자만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서 분통이 터지는데 인정은 인정대로 못 받지 않는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마음부자가 한 번 되어보자.

안다. 어렵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와서 내가 언제 죽을지를 말하며 돈을 내라고 하고, 당분간은 안 죽는다고 돈을 안 낸다고 하니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는 사람이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영향을 받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마음부자가 되는 연습을 해보자. 마음이 가난하면 손해 보는 사람은 내 마음을 뺏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뺏기는 나 자신이니까. 올해는 마음부자가 되어보자.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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