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인터넷에서는 한나라당을 ‘돈나라당’이라고 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돌았다. 뭣이든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정당이라고 비꼬는 이야기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도 최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돈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그 권력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고.

사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비꼬는 이야기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명색이 공당이요 집권여당인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 왔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과거 ‘차떼기당’의 오명을 씻기 위해 한때 천막당사까지 꾸리고 처절하게 ‘반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찌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시도할 수 있겠는가 하고 애써 거부해 왔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했던 인명진 목사가 비례대표 공천과정에 돈이 오갔다는 의혹을 제기했어도 설마하고 생각했다. 같은 하늘 아래 있는 다른 정당을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당이 ‘보수’를 표방하고,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며, 친재벌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본래 성향이 그런 정당이라고 여겨 왔을 뿐이다. 그것도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여러 가지 방법론의 하나라고 해석해 왔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나의 생각과 평가와 믿음은 모두 헛된 것임이 드러나는 듯하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소박한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친인척을 둘러싼 온갖 잡음도 모두 ‘돈’에 관한 것이고, 박희태 국회의장과 그 비서들을 추락시킨 것도 모두 ‘돈’이다. 박희태 의장의 경우 당내 행사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제한된 사람들만 참여하는 당내 행사를 위해 그렇게 돈봉투가 오갔다면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등 대형 행사를 치를 때는 훨씬 많은 금액의 불법자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주변만 맴돌 뿐 핵심에는 다가서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설과 의혹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월만 자꾸 흘러간다. 이런 추악한 모습들을 보면서 “한나라당은 돈나라당”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에 나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식의 추한 이미지와 설이 무성한 상태에서는 선거가 안된기 때문에 당 이름도 바꿧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 이름에 대한 논란이야 내가 관심 가질 필요도 없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이게 웬일인가. 비례대표 돈공천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한 비례대표 의원이 18대 총선 직전 실세 의원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됐다는 것이다. 인명진 전 윤리위원장이 제기했던 `18대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의 꼬리가 드러날지도 모를 찰나에 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이라는 이름 대신에 새로운 당 이름을 달았느데도 '돈냄새'는 더욱 짙어진 것이다.

당이름을 바꾼 것이 무의미한 것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지금 시점에서 할 일은 역시 당의 이름을 바꾸고 체제를 바꾸는 것보다 한나라당이 저지른 모든 과오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급한 일은 하지 않고 겉모습 바꾸기에 급급했으니 당이름을 바꾸어도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내에 가득한 '돈냄새'를 없애지 못한 채 간판만 바꿔단 셈이다. 어쩌면 도리어 ‘돈나라당’ 대신 ‘돈누리당’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루 빨리 그 자욱한 '돈냄새'부터 없애기 바란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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