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공모전 수상작]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대역사적 흐름 속에 문명의 발달과 정보전달속도의 발전을 환영한다. 스마트폰, 공기청정기, 벽걸이 에어컨의 발명을 환영한다. 여러 정보 플랫폼들의 발명을 환영한다. 유튜브, 카카오톡, 블로그의 발명을 환영한다.

단체 카톡창 발명을 환영 안한다. 그냥 최악이다.

옛날이 좋았다. 옛날엔 보기 싫은 사람들 있으면 그래도 일과 이후엔 볼 일이 없었다. 일과 관련해서도 6시 이후엔 문자 서로 주고 받는 것도 계속적으로 이어지기는, 전화를 계속 주고 받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기에 6시땡, 일과 이후엔 자연스레 빠이빠이 하고 나만의 시간이 만들어지긴 했다. 근데 카톡의 발명까진 좋았다. 처음에 그거 나와서 엄청 신기했고, 가히 혁명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동영상에, 사진에 모두에게 모든 정보를 한번에 공유할 수 있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지껏 본적 없는 신기한 플랫폼.

그러나 모든 역사의 흐름엔 명과 암이 있듯 카톡 안에서도 단체카톡이라는 생지옥이 만들어지면서 나의 행복한 일상이 마구 파괴되고 있다. 카카오톡 회사의 단체 카톡창의 처음 개설의도는 좋았을 거다. 커뮤니티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보를 잘 공유하세요. 뭐 그런 의도일 것이다. 근데. 그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어젠 일하는 곳의 단체 카톡창에서 어떤 나이 많은 꼰대놈이 술을 쳐먹었나 욕지꺼리를 카톡창에 싸질러놨다.

" 이 새끼들아! 나때는 안그랬다! 내가 무슨 너희 친구들로 보이지? 내일 조져버리겠다. 조심해라! "

뭔 추태이며 뭔 술 처먹고 똥싸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술 처먹고 꼬장 늘어놓는 이야기를 와이프랑 집에서 평화롭게 과일먹고 있는데 보아야 하냐 말이다.

그렇다고 이 지옥을 나갈 수도 없다. 일과 관련해서 괜히 튀었다간 조직생활의 우환이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튀지마라! 나대지 마라!'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중요한 일의 태도일 것이다.

어떤 단체 카톡창은 진짜 영양가 없는 실언의 마당이다. 서로의 말들에 감탄에 감탄을, 또 감탄을. 진짜 성격에 안 맞다. 그만 좀 감탄해라. 그만 좀 서로 응원해라. 이젠 빨간 숫자만 보면 두렵다. 그 빨간 숫자를 확인하고 싶지 아니한데도 묘하게 확인하게 된다.

지금 현대사회는 연결사회다. 너무도 많은 연결이 문제다. 이젠 스위치를 그만 끄고 싶다.

산으로 갈까?

나같은 경우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의 신경과 에너지를 쓰고 싶어서 단체 카톡창의 알림도 꺼놓고, 왠만하면 글을 안남긴다. 아주 필요한 대답이 아니면 대답도 잘 안한다. 남들이 보기엔 아마도 메신저상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정말 성의없음의 인물, 그 자체일 것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채팅창의 누군가를 만나면 더 살갑게 대한다. 양껏 미소지으면서 온라인상의 무성의한 나를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몇달 전 기사를 보니 카카오톡회사도 단체카톡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긴 한 거같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근무시간 이후론 기업의 업무지시나 연락을 금하게 하겠다라는 법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내가 일하고 있던 회사의 MT를 갔었다. MT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그때 난 6시이후에 너무 카톡이 울리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술을 조금 먹었는데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선진회사가 되려면 6시 이후에 카톡공지사항이나 업무지시를 줘선 안된다고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6시 이후에 카톡 가장 많이 올리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그러면 안되지 않냐고 면전에서 강조 또 강조하고 이야기했다. 그분은 여자분이었는데, 너무 똑바로 쳐다보고 내가 이야기해서 좀 무서웠을 것이다. 그래서 난 ' 나인 투 식스'의 시간에만 공지사항이든 뭐든 올려라 했는데 그날 별명이 생겼다. 나두식이라고, 나인 투식스를 엄청 이야기한 장본인이라고 다음날 직장에서 소문이 나버렸다.

튀지 않아야 하는데 별명까지 생겨버렸다. 젠장.

사람에너지의 자원도 한계가 있다. 무언가에 신경을 쓰고 대답을 하는 것도 다 에너지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카톡창의 실언이나 욕지거리에 신경을 쓰는 것보단 난 내 일상의 순간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 내 와이프를 한번 더 바라보고 생각하고 싶다. 내 소중한 기록을 남기는데 내 안에 남은 에너지를 쓰고 싶다. 그러니 제발 6시 이후엔 연락하지 마라.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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