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베를린(Berlin)4
내 생명을 걸어야 한다
먼저 3초 동안 묵념을 올린 뒤
어느 쪽이 동쪽이고, 어느 쪽이 서쪽인지 파악하라.
자동차에서 내렸건, 걸어서 도착했건
베를린 장벽 앞에 서면 동서남북의 구분이 애매해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양쪽을 다 본 후
앙상한 갈비뼈를 떠올리게 하는 벽속의 철근이 더 많이 패인 곳이 동쪽이다.
즉 동독 시민들이 장벽을 넘기 위해
콘크리트 벽을 죽자사자 파괴했다.
그런 다음 그 앞에 서서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해보라.
그대가 혈기왕성한 청춘이라면 능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하겠지만
장벽을 세운 사람은 그것을 충분히 감안해서 높이 세웠음을 알아라.
그런 다음 동쪽, 가장 철근이 많이 드러난 곳 앞에 서서
다시 3초 동안 묵념을 올려라.
1961년 8월 12일부터 1990년 6월 13일까지 29년 동안 희생된 사람은
대략 150명.
그들이 추구한 것은 딱 하나
자유!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했다.
“자유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나약한 굴종의 그늘 속에 사는 것보다 고귀한 것이다. 진리의 칼을 쥐고 죽음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은 끝없는 진리와 더불어 영원하게 된다.”
포탄의 흔적이 아니라 복수의 흔적
총구가 새빨갛게 달구어져 터져버릴 때까지
총알을 갈겨댔을 것이다.
한쪽은 이 성당을 사수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목숨을 걸고 점령하려 한다.
왜? 무엇을 얻고자?
1945년 4월 말경, 베를린에는 나치군 20만 명이 있었고 그들은 완벽하게 고립되었으며
소련군과 절체절명의 전투를 치렀으나 수많은 목숨만 희생된 채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소련군은 지도에서 베를린을 없애버릴 심산으로 무자비한 폭탄을 떨어뜨렸는데
만약 미군이 먼저 진격했으면 그렇게 많은 살상과 파괴는 없지 않았을까?
라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히 전후에 모든 것이 복구되었으나 이 성당의 총알 자국은 그날의 아픔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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