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공모전 수상작]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까? 안 행복할까?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행복하시죠?..."

살짝은 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보는 듯하다. 또 어떨 땐 조금 내 표정이라도 안좋을라치면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싸우셨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근데 왜 웃냐? 너!

혼자 상상하고 혼자 웃는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돈 벌러 나오면 당연히 표정이 썩지 이 사람아! 일하기 싫어 죽겠는데! 이유를 자꾸 딴 데서 찾는다. 본인들이 듣고 싶은 답을 가지고 나한테 물어본다. 그래서 불만이 좀 많다. TV 매체든 언론이든 어디든,  '결혼은 행복의 무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도 있었던 것 같고. 결혼은 결국엔 인간에겐 불행한 것이라는 담론들도 많다. 그게 참 이상한 것 같다. 결혼하면 물론 안좋은 점도 많겠지. 사랑이 식을 수도 있고, 평생 한 여자 한 남자랑 산다는 것도 생물학적으로 평생의 시간에서 보면 인간에게 안맞는 제도일 수도 있고 말이다. 결혼 후에 남편이 달라진다고 한다거나, 와이프가 게을러진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들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그럼 난 어떤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결혼 이후에 난 이 생활에 만족하는가, 아닌가에 대해서 말이다. 1년 정도 지난 신혼의 남편 상황이다. 난...무조건 좋다는 생각이다. 난 진짜만족이다.

Ⓒ픽사베이

일단 이 단란한 집이 좋다. 혼자 고시원 썩은 방에서 살 때보다 지금 공공임대주택에서 부인이랑 사는 게 당연히 좋다. 이 나라는 거지 같은 게 청년들이 혼자 살기엔 참 뭐같은 게 있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조그만한 원룸 사는데 월세가 50만원씩 나가면 청년들 뭐 어찌 살겠는가. 어찌 사랑은 할 것이며 어찌 모텔비는 모을 것이며 어찌 구직준비를 할 것이며, 어찌 얼음 아메리카노를 사먹을 것이며...정말로 참 살기 힘든 것 같다. 나도 그 시절 보냈었다. 결혼 직전까지 고시원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이사하는 날 울었다.

결혼하면 좋은 게 그래도 둘이 합심하지 않나. 그게 상황을 조금은 더 낫게 만든다. 둘만의 집은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얻게 될 거 아닌가.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젠 혼자가 아닌 둘이다. 그것만으로도 혼자 감당해야 할 세상의 무게가 반으로 덜어진다. 혼자 살 땐 살만하지 않았다. 이 세상 까불고 덤비는데, 참 답이 없었다. 세상의 벽은 높고 돈은 절대 안 모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능력은 많이 떨어지는 것 같고. 매우 답답한 상황.

주변에 이야기 들어보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서른의 청춘들이 참 많다고 한다. 안타깝다. 이러한, 개선되지 않는 나라적 상황은 청년을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만약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의 짝을 힘들게 발견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남편 부인이라는 든든한 동지를 얻게 된다면 세상은 조금은 덤빌만해진다. 서로 응원하고 보살펴주고, 달래주고. 정신적 위로가 될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실질적으로도 큰 힘이 된다. 살게끔 하게 하기도 하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대라는 존재 자체가.

신혼생활이 어떤가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한다. 일단 난 부인이랑 집에서 노는 게 재밌다. 와이프랑 노는 게 재미있어서 현재 친구 한명도 없다. 사회생활 제로다. 주변 사람 못챙긴다. 모임 같은 거 가기 싫다. 와이프랑 놀아야 한다. 와이프랑 술먹고 찜질방 가고 치킨먹고 계란 까먹고 새우탕 먹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 함께 돈 열심히 벌어서 함께 돈 팡팡쓰며 놀아야 한다. 맨날 야한 농담하고 저질로 노는 게 무척이나 재밌다. 와이프는 야한 농담 매우 좋아한다. 가장 밝은 미소를 보여준다. 시트콤같은 일상이 이어진다. 물론 전쟁같은 싸움도 많이 일어난다. 그땐 꼴도 보기 싫다. 

결혼 전에 와이프랑 간절하게 결혼하고 싶었다. 그땐 무명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직업도 불안정한 그런 상태에서 지금 부인과 결혼하고 싶었다. 일도 많이 없는 상황에서 돈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글을 쓰는 거였다. 너에 대한 글. 내 일렁이는 불안에 대한 글. 너를 평생 책임지고 싶다는 다짐의 마음같은 거. 지금 생각해보니 멋있었군. 여튼 그러한 마음으로 ' 야매배우, 너와 결혼할 수 있을까?(1) ' 라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게 되었다. 책 만들고 정말로 결혼하게 되었다. 부인은 정말 그 책을 좋아한다. 자기가 주인공이어서. 주변에서 ' 야매배우, 너와 결혼 할 수 있을까?(2)권을 꼭 써달라고 한다. 처음에 그 책 1권 쓸 때는 계속 연재하고 싶긴 했으나, 열정이 조금 많이 떨어졌다. 아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녀에 대한 마음의 열정이 내려갔다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랑의 형태가 조금은 달라지긴 했다. 결혼 이후엔 그녀에 대한 마음은 불타는 열정의 마음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무탈하고 사고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편안한 사랑의 모습이 되었다. 이런 얘기 하면 와이프가 안좋아할래나.

여튼 난 부인이 좋은 친구여서 좋다. 말도 잘 통하고 이야기 하기 즐거운 사람. TV 보니 이효리 이상순 부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 이효리는 이상순하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결혼한 거라고, 맞다. 이야기하는 즐거움은 어쩌면 결혼 생활의 전부다. 청년들이 결혼은 커녕 사랑조차도 꿈꾸기 어려운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나도 돈 없었다. 돈 없어서 결혼비용의 거의 모든 비용을 아내가 모아놓은 돈으로 진행했고, 결혼하고 나서 뒤늦게 아내에게 되갚았다. 청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을 꿈꿨으면 좋겠다. 결혼에 대해서도 너무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지는 두려움보다 훨씬 충만한 행복과 안정을 주는 게 결혼이라는 사실,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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