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베를린(Berlin)7

노동은 가장 신성하다

땅을 파고
못을 박고
시멘트를 바르고
벽을 칠하고
전기선을 잇고
힘든 이 노동을 누군가 하지 않으면
삶은 이어지지 않는다.

다들 책상에 앉아 펜만 굴리고, 키보드만 두드리고, 지시만 내리면
인간 문명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노동은 영원해야 하고
우리의 터전을 가꾸어 가는 것이기에
가장 신성하다.

*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 벽에 붙은 사진을 찍은 것이다. 아마 건물을 짓는 노동자들의 면면을 소개하기 위해 붙여놓은 듯하다. 책임감과 신뢰를 주기 위해.

‘노동은 신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러주려 함인가. 베를린 시내 공사 중인 건물 외벽에 ‘일하는 복장의 노동자’ 사진 여럿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벼룩시장은 삶의 징검다리

특별한 것일 수도 있고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벼룩시장은 삶의 징검다리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쪽으로 쭉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시가지가 나온다. 근엄하고 고풍스러운 대학도 있고
강도 있고, 그 위에 유람선도 있고, 오래된 거대한 성당도 있고, 공원도 있다.
즐비한 조각상들을 지나
어느 고딕 건물 앞에 이르면 작은 벼룩시장이 있다.
오래된 책, LP 음반, 엽서, 사진, 손수건, 기념품....
만원만 투자하면 소중한 추억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벼룩시장은 삶의 환희다.

* 베를린 장벽의 작은 조각이 들어있는 엽서. 1장에 2000원이다.

훔볼트대학교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 19세기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 동상 바로 옆에서 오래된 책, LP 음반, 기념품 등 소소한 물건을 팔고 있다. Ⓒ김인철
Ⓒ김인철
벼룩시장에서 팔고 있는 기념엽서. 베를린 장벽의 작은 조각이 들어 있다. 남과 북도 하루빨리 통일돼 155마일 휴전선 철조망도 기념품의 소품으로 활용되기를!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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