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기업탐구 13

교토의 중심인 기온 입구,교토의 명물인 가부키극장 옆에 마쓰바(松葉)라는 4층짜리 메밀국수 집이 하나 서있다. 이 가게는 교토의 명물이다.
 
매년 12월31일 밤 12시가 되면 이 가게에는 무려 3천명의 손님이 몰려온다.일본에서는 제야의 밤 12시에 도시코시(年越)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즉 올 한해의 재수가 내년까지 길게 이어져 달라는 의미에서 가락이 긴 메밀국수를 먹는 것이다.

이 가게가 문을 연 것은 1860년,1대 창업주가 장사를 하다가 아들인 마쓰노 요산기치(與三吉)가 가게를 물려받게 된다. 2대 사장인 마쓰노 요산기치는 1896년 어느 날 길에서 사람들이 멀쩡하게 걸어가다가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쫓아가보니 그 사람이 쓰러진 이유는 영양실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해 걸러 흉년이 들었으므로 식량이 매우 부족했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귀해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 메밀을 삶아 먹었다.

메밀은 먹기에는 술술 잘 넘어가지만, 본래 영양가는 없는 음식이다. 2대 마쓰노 요산기치는 “어떻게 하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일본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메밀국수에 청어를 넣는 아이디어가 떠올렸다.
 
당시 일본에서는 청어가 매우 흔한 생선이었다.



그는 청어를 잡은 즉시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후 반으로 나누어 햇볕에 말렸다. 바닷바람에 1주일정도 청어를 말린 후, 거기에 간장으로 맛을 내어 살짝 조린 후 메밀국수에 넣은 것이 니신소바의 시작이었다.
 
메밀국수만 가지고는 부족했던 단백질이 청어가 들어가서 보강된 것이다.이후 니신소바는 맛도 좋아지고 영양가도 균형을 맞추게 된다.그러나 음식장사는 맛만 가지고 되지 않는 법.게다가 청어메밀국수 가게가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자 가게주인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풍경을 담아 맛을 내자>는 것이었다.

이 가게의 3층 주방에 가면 주방장이 메밀국수를 담는 조리대 옆에 커다란 창이 있다.그 창을 열면 창밖에는 가모가와 강변의 풍경이 펼쳐져있다.봄에는 벚꽃이 눈부시게 활짝 펴있고,여름에는 매미가 울며 녹음이 우거져있다,가을에는 불타는 듯한 찬란한 단풍,겨울에는 잔설이 덮힌 가모가와 강변의 모습이 보인다.

주방장은 그 아름다운 가모가와 강변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 풍경을 마음에 담은 후 국수를 말기 시작한다.행여 국수모양이 어그러질세라 예쁘고,예쁘게 국수를 담고,일주일간 졸인 국물을 보약이라도 되는 듯이 다소곳이 붓는다.그렇게해서 한그릇의 국수가 완성된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이다>,<예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때 그 음식은 더 맛이 있다>라는 것은 중국의 격언이다.



즉 주방장은 비록 그날 불쾌한 일이 있었더라도 가모가와 강변을 바라보면서 자기 마음을 정화시켜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주방장의 마음이 아름다울 때 본능적으로 고객은 그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소 철학적인 얘기이지만,일본음식은 ‘눈(眼)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먼저 갖추라는 것이다.

그런 연유때문인지 마쓰바의 청어메밀국수는 현재 일본에서는 가장 유명한 국수가게가가 되었고,지금까지 160년을 번창해오고있다.

<풍경을 담아 맛을 내라> 이런 철학적인 명제까지 갖추었을 때 비로소 음식은 하나의 예술이 된다.오늘날 일본요리가 세계적인 요리가 되고 미슐렝가이드에서 만점을 맞은 가게가 많이 탄생한 것도 음식의 보이지지 않는 이런 이면까지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논픽션 작가, ‘아킨도’의 저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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