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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을 다녀와서[맹정주의 좌충우돌]
맹정주 | 승인 2019.11.01 11:46

[논객칼럼=맹정주/ 블로그] 최근 하나원을 다녀왔다.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립된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이다. 이 곳에서 탈북민은 3개월 교육을 받는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탈북민들의 밝고 설레는 표정에서 그들의 희망을 읽는다. 탈북민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몇 년씩, 많게는 십여년 넘게 생활하다가 라오스나 베트남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중국으로 팔려가 중국인과 가정을 이뤄 살다가 오는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의 신분은 무국적자였을 터이니 얼마나 불안하고 고초가 많았을까. 거리를 가다 자칫 중국 공안에 걸리면 북한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적을 갖게 되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한에 왔을 때 너무 좋았다.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좋았다. 북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북에 있는 여동생부터 데려오겠다는 사람, 중국에 있는 아들을 데려오겠다는 사람 등. 저마다 부푼 꿈과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남한에 친척이나 지인이 없는 탈북민은 하나원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것이 막막하고 두렵고 불안하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탈북민 모자의 빈소@맹정주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애로사항은 외래어다. 우리가 쓰는 한글에 외래어가 너무 많아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 하나원에 외래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제대로 배우기에는 시간이 짧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사투리다. 사회에 나와 북한 사투리를 쓰면 금방 북한에서 온 것이 드러난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서 북한 사투리를 쓰면 왕따당할 지도 모른다.

올여름 탈북민 모자가 아사(餓死)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40대 여성 한성옥 씨와 그의 6세 아들 김동진 군이었다. 모자는 자신들이 사는 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상당 기간 방치되었다고 한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통장에 돈 한 푼 없었다. 한달에 9만원의 월세와 수도요금이 수 개월째 밀려 단수 조치된 집안에는 마실 물조차 없었다. 지금도 광화문 이승만광장, 교보빌딩 앞에 이들의 영정을 모신 빈소가 있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는 받지도 않으려는 쌀 5만톤을 보내려고 하면서, 남한에서 탈북민이 굶어 죽는다니 말이 되는 가’라고 했다.

1980년대 초 전두환정권 시절 경제기획원 사회개발기획과장으로 일하던 때, 매년 봄 서울 시내 영세민집단촌을 돌아보곤 했다. 당시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영세민집단촌이 있었다. 가파르고 좁은 언덕길에 위치해 있어, 비나 눈이 내려 미끄러운 골목길에서 오물 치는 사람이 넘어져 길에 오물이 쏟아지면 악취가 진동하던 동네. 마을 전체에 공중화장실이 몇 개밖에 없어 주민들이 새벽 4시부터 줄 서서 볼일을 보던 동네 등. 그 당시에는 그런 곳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굶어죽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소득 3만불인 나라에서 사람이, 그것도 모자가 함께 굶어 죽다니! 정부는 앞으로 탈북민 관리에 보다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하나원을 졸업한 탈북민에게 꾸준히 외래어와 표준말 교육을 해야 한다. 통일부가 안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종교 및 사회단체도 나서야 한다. 또 하나, 이들은 대개 한국으로 안내한 가이드(브로커라고 함)와 한국에 가면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계약을 맺고 왔다. 하나원을 졸업하면 정착금을 받게 되는데 이 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안 돼 정착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정착금으로 브로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졸업 후 돈을 벌어 2년 안에 갚아야 한다고 한다. 하나원 이후 이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국가가 매년 복지비에 쏟아붓고 있는 돈이 얼마인가. 그것도 매년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정부 들어 탈북민의 정착비가 줄어들었다. 탈북민의 사정을 잘 아는 정부가 정착비를 줄인 이유는 무엇인가? 국회는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다시 증액해야 한다. 집권당이 안하면 야당이 앞장서서 추진해야 한다. 탈북민도 우리 국민이다. 남한에 잘 정착하도록 도와야 한다.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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