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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다33_무엇을 살까? 고민하지 말지어다[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1
김인철, 김호경 | 승인 2019.11.05 09:00

무엇을 살까? 고민하지 말지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정도(1978년)까지만 해도 펜팔(Pen pal)이라는 것이 있었다. 서울의 남학생이 부산의 여학생과 편지로 사귄다는 것인데, 시야를 넓혀 해외에 친구를 만드는 국제펜팔을 하는 녀석도 간혹 있었다.

한 녀석이 미국 여학생과 한 달에 두어 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한번은 대나무로 만든 20cm 짜리 지게 모형을 학교로 가지고 왔다. 무어냐고 물으니 미국 여학생에게 보낼 선물이란다. 대나무 지게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19년에 한국의 상징은 무엇일까?

선물은 어느 곳에 갔다왔다는 증표이기도 하고, 그곳에서도 너를 잊지 않았다는 마음 씀씀이기도 하다. 아내의 선물은 사지 않아도(쓸데없이 돈 썼다고 구박 받기 십상이다) 아들과 딸의 선물은 꼭 사고, 애인의 선물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줄 선물은 돈으로 대신한다.
러시아에 가면 마트료시카(Matryoshka)는 꼭 사야 하고, 바르샤바에 가면 인형을 사야 하고, 베를린에 가면 곰을 사야 한다.

선물은 나이와 비례한다. 어릴수록 더 많이 사주고, 나이가 들수록 숫자가 줄어든다. 곰 인형 1000개보다는 다이아몬드 하나, 명품 가방 하나가 더 좋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돈이 더 많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아올 때 선물을 사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표시이다. 러시아에 가면 마트료시카를 사야 하고, 폴란드에 가면 인형을 사야 한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거리의 예술가들

그림을 보기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렵다.
그림을 비판하기는 쉬워도 창작의 고통은 가늠이 어렵다.

화가는 보이지 않고 그림만 즐비하다.
강의 한켠에 이름 모를 여인들의 그림이 진열되어 있다. 주인공은 지금도 아름답고 행복할까?
거리에 늘어선 풍경화는 1970년대 우리네 이발소에 걸린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 숲, 작은 집, 폭포와 새들... 그 풍경속의 모습은 지금도 그대로일까?

시간이 좀 남는다면 무명화가 앞에 모델이 되어 나를 새겨넣을 것이며
돈에 좀 여유가 있다면 풍경화 한 점은 살 것이다.
혹은 그대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거리의 화가가 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

그림을 비판하기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려우며 모델이 되기도 쉽지 않다. 거리의 화가에게 한번쯤 내 얼굴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열심히 일하다

우리는 간혹 단순한 진리를 까먹는다.
“인간은 일을 해야 하고, 그래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진리다.

여행은 나에게 ‘쉼’이지만 그곳의 누군가는 어제처럼 오늘도 일을 해야 하는 날이다.
그러하기에 벽에 매달려 건물을 청소하고, 기초를 닦고, 전화선을 연결한다.
또 그러하기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잠시 ‘꺽정스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또 그러하기에 그들이 쉼을 누릴 때 나는 열심히 일할 것이다.
또 또 또 그러하기에 여행은 “사람은 어디에 있건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준다.

어디에서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간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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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김호경  atomz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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