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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사세요?[곽예지의 생각으로 바라보기]
곽예지 | 승인 2019.11.05 10:42

[청년칼럼=곽예지] 집. 우리는 집에 ‘머문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지만, 살고 있는 그 동안은. 집에 들어오면 밖에서 잔뜩 웅크리던 내 마음이 가장 먼저 풀썩 누워 머물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집에서만큼은 조금씩 더 머무르고, 맛보는 음식조차도 휙휙 움직이는 식당의 접시들과는 다르게 느긋이 머금어지다 사라진다. 한 철학자는 그런 집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집이란 풍경보다도 ‘한 영혼의 상태’이다.”

눈을 돌리자마자 야속하게 슥슥 지나가는 풍경과 다르게, 영혼이 머무는 곳도 결국, 집이다.

1인 가구 비율이 늘고 있다는 말은, 이젠 엄청난 발견처럼 내뱉는 것이 되려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익숙한 시류가 되었다. 오히려 넘쳐흐르는 1인 가구 트렌드가 늪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젠 청년들이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셰어하우스에 살 때 그 사실을 밝히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놀라며 호기심 어린 눈빛 반, 걱정이 스며든 눈빛 반으로 ‘어때?’라고 물었다. 막상 지내보니 생각보다 별일 아니었다. 혼자 자취했을 때의 장점만큼 셰어하우스에서의 단점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셰어하우스의 장점은 자취 시절 단점을 상쇄해줄 만큼 좋았다.

Ⓒ픽사베이

극단적 개인주의 혹은 극단적 가족주의는 모두 개인, 혹은 사회를 아프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외로운 1인 가구도, 정형화된 핵가족 가구도 거부하며 다른 한 켠에서는 쉐어하우스, 동거, 살롱... 과 같은 것들이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다.

한화의 드림하우스는 생각해 볼만한 예다. 올해 한화생명에서는 젊은이라면 꿈꿀만한 동네, 연남동에 ‘꿈을 위한 셰어하우스’라는 슬로건으로 주택을 하나 짓고 22명의 청년 입주자들을 모집했다. 심사를 거쳐 선발한 것이다. 기업이 직접 나서 새로운 합리적 주거 환경을 주도하는 것이 신선하고, 추후에도 긍정적 이미지로 작용되어 확대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작년 조사 기준으로 동거를 할 수 있다고 한 응답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동거에 대한 인식도 미디어와 매체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양상이다. 떠오르는 살롱 문화도 개인주의 속에서 자발적인 취향 교류를 시도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대한 시사점이 되어준다.

드라마도 거주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어준다. 밀레니얼 세대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 중에서, 4인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전형적인 모습은 더 이상 주가 되지 않는다. 최근 가장 핫 했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방송작가 역으로 나오는 천우희는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가끔은 본가에 가서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다. 그가 사는 집에는 남자친구를 잃은 한 친구의 게이 남동생과 그녀를 걱정하는 동성 친구 둘이 모여 있다. 주거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자유롭고 열려있다.

‘이번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집값과 비혼, 그리고 동거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내 보이며, ‘괜찮아 사랑이야’도 정신과 의사를 필두로 그의 환자, 동료 의사, 집 소유주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하우스메이트가 되어 함께 살아가며 울고 웃는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려낸 드라마도 있다.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의 하우스 메이트라는 우연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고 지켜주기 위한 고군분투와 일상 이야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 뼈대이다.

책 [공간 공감]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건물에서도 언제든지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경험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차가운 도시에 날카롭게 들어찬 고시촌으로 극대화되는 1인 가정의 모습도, 숨 막힐 정도로 정형화되어 굳어진 핵가족 투성이의 모습도 나는 조금씩 무섭다. 꼭 평생 한 집단, 한 사람과 함께 살거나, 평생 혼자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구의 형태에도 다양성이 생겨나 이에 대해 숨기거나 캐물을 필요 없이, ‘어디 사세요?’라고 묻는 것처럼 ‘누구와 사세요?’라고 부담 없이 이야기하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그 때 혼자 사는 사람, 애인과 동거하는 사람, 동성친구와 반려묘를 기르며 사는 사람, 마음 맞는 몇 몇 고향친구와 함께 사는 사람... 이렇게 다양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들로부터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곽예지  gyj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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