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화, ‘이별과 이별할 때’ 출간,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

[오피니언타임스] 16년간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50대에 간호조무사가 됐다. 요양병원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삶과 죽음의 모습을 하나씩 기록했다. 그렇게 좋은 이별을 도우며 스스로도 치유받았다. 그 흔적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이별과 이별할 때》는 시인이자 간호조무사인 서석화씨가 1246일 동안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던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다큐 에세이다. 그곳에서 저자는 그들이 죽음으로 가닿는 여정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기록했다. 그 글 속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치열했던 생애가 펼쳐진다.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 역시 3년 전 요양병원에서 16년간 병중에 계시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해, 간호조무사가 되어 요양병원에 취직해 일하며 어머니 같은 환자들의 마지막을 기록했다. 그 정거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가슴에 불었던 수많은 바람의 결을 세상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요양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액을 제거하고 소변줄을 뽑고, 1분 1초를 남은 사람 숨 가쁘게 했던 온갖 모니터의 선들을 떼어내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감당해야 할 것은 슬픔만이 아니었다. 기저귀를 갈다가도 가래를 뽑아내다가도 환자들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손등이나 팔을 물리거나 해서 온몸에는 환자들이 할퀸 상처투성이였다. 뿐만 아니라 죽음 앞에 선 환자들의 두려움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인간으로서의 모멸감도 함께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요양병원은 내 어머니 같은 환자들이 있는 곳이자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청각 도서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던 환자들이 오히려 매순간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생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어느 환자가 이야기했던 ‘사람은 병들지만 사랑은 병들지 않는다.’는 말처럼 마지막까지 사랑을 놓지 않으면 죽음은 그리 두렵지도, 허무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별과 이별할 때》에는 치매 걸린 부인을 돌보는 남편, 매일 가족들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할아버지, 돈만 밝히다 지독히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할아버지, 한순간의 불운으로 삶을 잃은 젊은 청년 등이 죽음을 맞이하는 다양한 풍경이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유병 백세세대’라 불리는 요즘, 요양병원에서의 죽음의 과정, 심폐소생술거부(DNR), 연명치료 중단, 한국의 가족 제도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함께 짚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는 명제 아래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은 ‘좋은 죽음’, ‘좋은 이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마침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로 이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이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금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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