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8월, 9월 연속으로 물가지수가 하락하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 외부충격으로 일시적인 물가하락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물가하락이 구조적인 요인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으로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걱정거리가 되었다.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에게는 소비여력이 커져서 반가운 소식일 수 있는데,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고 공포로까지 묘사되는 것이 생소하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로 측정하고 있는 물가수준은 우리가 생활경제에서 체감하는 물가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분포와 그들의 비중이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해야지 금리인하와 재정확대정책을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 정책당국은 경제구조 전환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과잉과 수요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픽사베이

소비자물가지수 측정에 문제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소비지출에서 비중이 큰 480여개의 품목을 선정하여 거래금액을 가중치로 부여해 산출한 지수이다.  5년마다 품목구성과 비중을 변화시키지만,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품목 중 공산품(TV, 자동차 등)비중이 30%정도 차지하는데,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신제품 개발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품목구성비중에서 주거비(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집값은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전세금의 경우도 금리를 곱해서 비용으로 산출하므로 금리가 하락하면 전세가가 상승해도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반영되지도 않는다. (미국의 경우 집값도 반영하고, 주거비 비중이 30%이상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과거 인플레이션에 익숙했던 우리경제에 물가지표를 절하시켜 물가상승심리를 억제하려고 했던 정책당국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이제는 우리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구조로 전환되었는데, 아직도 이러한 물가지수 구성의 구조적인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 있어, 디플레이션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책당국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을 디플레이션 공포로까지 포장하여 서둘러 금리를 내리고 강력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거론하고 있으니 우려가 된다.

디플레이션은 자산가격 폭락과 연결될 때 공포가 현실화된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가계부문에서 소비여력이 커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어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만이 아니다. 그러나 물가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를 늦추게 되고, 생산자인 기업은 재고가 쌓여 생산을 축소하고 고용을 줄이게 된다. 이는 투자수요 감소, 실업률 증가, 임금수준 하락,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의 급격한 축소, 생산감소로 재차 악순환 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악순환 사이클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으로 연결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실물경제의 급격한 축소는 물론이고, 자산가격하락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담보부족사태, 금융기관 신용붕괴로 연결되고, 국내자본이 해외로 유출이 시작하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사이클에 의해 소비수요가 축소되고 생산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정부의 정책으로도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고 경제체질도 강화된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복합적인 외부요인으로 자산가격이 갑작스럽게 폭락할 때, 디플레이션은 공포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할 수 없으며 주식시장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시장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상태로 우려할 만큼 과열분위기이다. 기업의 생산도 문제가 없어 디플레이션이 공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디플레이션의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정책은 필요하다.

디플레이션은 결국 공급의 과잉과 수요의 부족에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후장대형 산업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구조이므로 중국의 과잉생산, 과학기술의 발달,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산업 전반에 공급과잉의 문제가 있다. 더욱이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전통적 산업부문에 구조적인 과잉공급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수요부족 문제도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으로 심각하다. 인구의 노령화, 가계부채의 과도한 부담, 부동산가격 부담, 부의 분배격차, 독과점 심화 등으로 인해 우리경제가 창출할 수 있는 유효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경제가 지표상으로 디플레이션이 진행되지만, 지표산출에 문제점도 있고 심각한 수준도 아니다. 주식시장도 견조한 편이고, 부동산시장은 오히려 경제에 해를 끼칠 정도로 상승기조라서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구조적인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디플레이션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고, 경기침체와 겹쳐서 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디플레이션의 구조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표를 근거로 금리인하, 재정확대 등 교과서적인 경기부양정책을 고집한다면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디플레이션을 단순하게 공포로 인식하여 성급한 통화공급으로 대응하면, 부동산 추가상승 이후 급격한 폭락, 가계부채위기, 금융불안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공포를 ‘서둘러’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책당국은 금리인하나 ‘준비된 삽질’ 같은 단순하고 대증적인 정책에 머물지 말고 ‘매우 어려운 정답’이겠지만, 작금의 디플레이션에 대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원인들에 대해 복합적인 진단과 ‘창의적’인 경제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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