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집단폭행 당한 고진광 인추협 이사장 병상인터뷰

[오피니언타임스=세종 권혁찬]

“누구의 짓인지 아직 모릅니다. LH공사의 지시를 받고 한 짓인지, 아니면 하청 건설업체의 짓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동원한 건설현장의 용역들인지...”

세종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 터에서 한밤에 집단폭행을 당해 2주일째 입원 중인 고진광 인추협 이사장. <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는 "자신을 폭행한 이들이 누구인지 아직 모른다"고 했습니다. "경찰조사도 받지 않았고 당시 경찰이 폭행한 이들을 연행해 가 조사했지만 조사내용 조차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세종시 조치원 모 병원에 입원 중인 고진광 이사장을 오피니언타임스이 만났습니다.

고 이사장은 목에 보호대를 찬 채였고 가슴쪽 환자복을 헤치자 왼쪽 가슴 위가 심하게 피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몸 곳곳엔 타박상을 입었고...

“의사 선생님이 조금 아래 심장부위를 맞았으면 절명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시더라구요. 폭행 당시 마침 '사랑의 일기' 연수원터에 취재나왔던 기자가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고 이사장은 “현장 취재기자 덕분에 폭행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112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고 이사장의 병실을 찾은 세종시 조상호 정무 부시장(오른 쪽). 조 부시장은 고 이사장으로부터 집단폭행 사건의 전말을 듣고 '사랑의 일기' 연수원 문제 등을 협의했다고 인추협은 밝혔다@사진 인추협 제공

“공포와 두려움에 지금도 심장이 벌벌 떨립니다.  저도 이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건장한 청년 셋이 밤에 나타나 '당신 누군데 왜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다가 왔을 때의 그 공포감은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젊었을 땐 그런 공포감을 몰랐는데...그 기자가 없었으면 정말 큰 일을 당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그런 공포감 있지 않습니까?”

-폭행당할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지난달 31일 밤 제가 생활하는 컨테이너에 들어가려는 데 웬 남자 3명이 접근해서 ‘당신이 누군데 여기 남의 공사 현장에 와서 무얼 하는 거냐’고 따지며 다가왔어요. ‘거기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내 집인 데 왜 안되냐? 당신들이 녹색리본이니, 태극기니 다 부순 거 아니냐?'고 물으니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해요. 그래서 쓰러진 태극기를 세우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방해를 하는 거예요. 그리곤 집단으로 달려 들었습니다. ‘남의 현장’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바로 자기들 정체성이 LH라는 걸 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찰조사는 이것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시나요?

"당연히 ‘사랑의 일기’ 연수원 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던 연수원이 3년전 LH에 의해 강제철거됐고 이후 LH를 상대로 컨테이너 투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생활하던 컨테이너 1개 동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게 돼 그곳에서 3년간 단전, 단수 속에서도 생활해 왔습니다. LH공사의 강제철거로 사라진 ‘사랑의 일기’ 연수원 자료가 지금도 매립현장에 파묻혀있어 이를 발굴하고, 한편으론 LH에 자료유실의 책임을 물어 민사소송까지 낸 상태입니다. 유실된 자료 중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절차를 밟기 위한 소중한 자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LH공사로서는 제가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지요”

-그 문제가 한밤 집단폭행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인추협이 최근 ‘연수원 돌려받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LH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땅속에 묻힌 일기자료를 발굴해왔고 이들 자료를 컨테이너가 있는 연수원 터에 전시하는 등 ‘사랑의 일기’ 복원을 위한 캠프행사를 벌여왔습니다. 그동안 전국 초중고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3천명 이상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들고 오거나 배달해서 보내온 ‘사랑의 일기’ 연수원 반환을 촉구하는 희망 녹색리본의 물결이 무려 4km에 이릅니다. 김중로 국회의원도 현장을 찾아 국회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사랑의 일기 연수원 사건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면서 LH나 관계자들 눈에 거슬렸던 게 아닌가 봅니다”

-고 이사장이 이곳에서 집회 시위를 하고 리본을 도로변에 4km나 늘어뜨리는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닙니까?

“불법 아닙니다. 인추협은 연수원 터에 집회시위 신고를 했으며 도로변은 사유지가 아닌,공유지여서 리본을 매달아도 되는 곳입니다.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야간에 세종시에서 한 시민이, 그것도 NGO대표가 집단폭행을 당해 입원치료 중인데...정작 현지 매체들은 이 소식을 거의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라고 보세요? 그동안 고 이사장의 주장에 무리가 있었던 게 아닌가요? 

“보도가치가 없어서 보도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폭행기사나 인추협의 ‘사랑의 일기’ 기사를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LH공사 등으로 연결이 되니 자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간에 장삼이사 소시민이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더라도 보도가 됐을 겁니다...”

-이번 폭행이 우발적이 아니라고 확신하시는 것같습니다.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인추협이 내건 플래카드 위에 엉뚱한 플래카드(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곳에 붙어있던 플래카드)들을 갖다가 덧대는가 하면 계속해서 공포감을 주는 일들이 발생해 왔습니다. 야간 집단폭행이 있기 전인 지난달 29일 날 밤 1시쯤에는 컨테이너 쪽으로 누군가 자꾸 돌을 던져 112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뒤 잠시 부산을 다녀오느라 컨테이너를 비었는데...그때 정체모를 누군가가 그 엄청난 양(약 3만개)의  리본과 집회시설은 물론 ,게양된 태극기까지 싹 뭉개버린 겁니다. 해서는 안 될 국기마저 훼손시켰습니다. 현장 제보자를 찾기 위해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지금 연수원터에 걸어놨습니다. 사실 증거를 못 잡지 이게 누구 짓이겠습니까? 이번 사건을 포함해 그동안 플래카드 등을 훼손한 일이 아마도 3년간 100회는 넘을 겁니다. 경찰은 대체 뭐하는 겁니까? 무법천지나 다름없습니다...”

희망 녹색리본을 불법적으로 훼손한 용의자를 찾기 위해 내 건 '사랑의 일기' 연수원 플래카드@사진 인추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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