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제 메시지는 대통령님! 오로지 하나만 하시면 됩니다. AI. AI. AI.”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한 말이다. 손정의는 국가 수뇌부들에게 자신의 안목을 믿고 AI에 투자해달라고 강조했다. 그가 아니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나같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외치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은 머나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3년 전 전 세계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결투를 넘어, 지금은 스타크래프트에도 AI. 일본의 신춘문예에서도 AI. 심지어 음식점에도 AI다. 고기의 에이징 기법을 AI를 써서 활용하는가 하면, 원두가 어떤 종류냐에 따라서 AI가 핸드(?)드립하는 방식을 달리하며 커피를 내린다. 기계 팔이 팔락거리면서 돌아가더니 볶음밥을 볶고 있고, 심지어는 서빙도 기계가 한다. 인건비가 별도로 들어가지 않으니 단가는 싸진다.

인간의 감정 또한 일종의 알고리즘 반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인공지능에게 인권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 ‘AI가 그린 그림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예술계의 담론까지 이어지는 이 와중에 그럼 또 하나의 의문점을 던질 수 있겠다. 인공지능은 요식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가. 필자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20년. 짧으면 10년 내로도 충분히 가능해질 일이라고 보고 있다.

Ⓒ픽사베이

AI가 조금만 더 진보한다면, 필자는 장담컨대 ‘음식점 사장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 획기적인 속도로 줄어들 거라 믿는다. 가정을 하여 20년 뒤의 파스타 집이라고 해보자. 메뉴 주문을 기계가 받는다(이건 이미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음식이 쉽게 튀지 않도록 제작된 팬에 기름이 둘러지고 가열된다. 고기와 채소, 면이 익는 속도가 계산되고 순차적으로 팬에 들어간다. 볶아진다. 소스가 넣어진다. 다시 볶아진다. 수분 함량을 체크하여 최적의 상태로 소스를 졸여 그릇을 낸다.

물론 저 사례만 보자면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상상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한다. 이런 단계가 오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사람대신 기계가 요리를 한다’는 게 가지고 있는 허점이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그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어마무시한 고성능의 기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과연 그럴까. 항상 사이보그와 터미네이터, AI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나 혹은 로봇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영화들을 보고 있는 덕택에, ‘AI’가 사람형을 띄고 있을 거라고 은연 중에 생각한 당신의 패착일지도 모른다.

음식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재료의 신선도를 체크할 능력. 재료의 상태나 크기에 따라서 조리를 달리할 능력.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서 고기를 구울 능력. 음식의 간을 조절하는 능력.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사람이라서 사람이 요리를 해왔을 뿐,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가열, 냉동, 숙성, 건조는 실질적으로 따지고 보면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고로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라는 말은 돌려 말했을 뿐 ‘맛있게 만들고 있습니다’와 같은 말이며, 신선한 재료와 소스, 적당한 간이 가미되어 나온 요리가 맛있다면, AI도 말할 수 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모든 식재료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리중입니다. 변함없는 퀄리티의 음식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순간부터 이 가게의 주인은 ‘음식점 사장님’이 되지 않는다. 기계의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고, 신선도가 떨어진 재료들을 교체해주는 단순 관리직이 된다.

아마존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지금도 계속 연구중이다. 이미 15년도에 Dash button을 선보였고, 재고가 떨어진 생활품들을 버튼만 누르면 자동 결제/배송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세탁기는 빨래를 하다가 세제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아마존에게 집에서 쓰던 세제를 주문할 것이다. 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pc가 켜지더니 자주 보는 언론사의 주요 뉴스들을 창으로 띄워놓을지도 모른다. 집은 계절에 따라서 조명도를 조절하고, 냉장고는 안에 있는 시중품들의 바코드를 스캔한 뒤 남은 유통기한을 앞에다 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먼 미래일까.

다시 음식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재료의 신선도를 ‘유통기한’으로 이미 알 수 있다. 테팔은 충분히 팬이 가열되었을 때 정중앙의 무늬가 사라진다. 오븐은 일정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건조기는 시간 설정이 가능하고, 숙성기기는 고기의 감칠맛을 체크할 줄 안다. 이 모든 제품과 기기들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면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간형 AI가 주방에 있어야 할까? 그냥 그 센서를 모두 연동시켜서 시그널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팔 세 개만 있으면 모두 끝나지 않을까. 그리고 카운터에 기계 하나만 두면 될 일이다. 손님의 외형과 카드번호를 기억해서 단골과 신규 손님을 기억하고, 주문 순서 데이터를 주방에게 보낸 뒤, 일정 금액 이상을 먹은 손님이 있을 시 서비스 음식을 지시할 수 있는 정도의 기계. 생물체의 뇌가 가지고 있는 ‘망각’이란 전유물이 기계에게는 없으니, 고객관리는 월등히 잘할 것이다. 다시 말해 홀 서빙 인원도 필요 없어진다. 오류를 대비한 단순 알바생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총괄 셰프 없이 알바생들로만 굴러가는 뷔페들이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브랜드들이다. 이미 치킨은 3단계로 자동화되었다. 닭을 파우더에 묻힌다->가열된 튀김기에 넣는다->일정시간이 지난 뒤 빼낸다. 유명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포스기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있다. 포스기 전용 주문 시간이 따로 있는 곳도 많다. 사람마다 맵고 짜고 달고 신 맛의 기호 차이가 있는데 그건 사람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글쎄. SMS로 설문조사지를 보낸 다음에 개선점을 써달라, 그리고 손님의 기호 데이터베이스를 주방에다가 보내면 되지 않을까. 자. 이제 어쩔까. 사람이 필요할까? 배달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배달도 GPS 기능이 탑재된 드론이 상용화되면 답 없어진다.

성실하거나, 또는 게으른 점주들을 일일이 관리할 것도 없이 일정량 이상의 일을 해내는 기계들이니 요식업 프랜차이즈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매장관리가 단순화되고 기계만 들이면 되니까. 그럼 이제 미래 산업에서 ‘요리사’라는 직업은 멸종되고 ‘연구원’만 남는 걸까.

변덕스러워서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아닐 것이다. 공정은 모를지라도, ‘맛’에 한해서는 기계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에 상당히 먼 영역이니까.

인간의 맛은 네 가지 정도로 나뉜다. 쓴맛. 신맛. 단맛. 짠맛. 그리고 과학 이론을 제쳐두고 매운맛, 떫은맛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맛들은 감히 기계는 ‘맛볼 수 없는' 영역에 있다. 맛볼 수 없는 것은 흉내내기 어려운 영역이 된다. 맛이 단순히 저렇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면 다행이겠지만 텁텁함, 알싸함, 느끼함, 고소함, 담백함, 깔끔함이 존재한다. 대중은 이것 또한 ‘맛’의 영역에 넣었다. 이제 12가지로 늘었다. 물론 12가지면 기계의 CPU로는 충분히 대처 가능한 영역이다. 그런데 식재료가 들어가면 말이 또 달라진다.

홍고추, 페페론치노, 청양고추, 캡사이신. 모두 매운맛이지만 매운맛이 오는 순서도, 정도도 다르다. 설탕의 단맛. 사과의 단맛. 조청의 단맛. 스테비올의 단맛. 이 또한 모두 같은 단맛인데 같은 단맛이 아니다. 고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가별, 지역별, 그리고 키워낸 환경에 따라서 같은 소고기라도 육즙과 육향, 마블링(지방함량)이 달라진다. 스시나 횟집에서 꺼내는 성게 내장마저 국가별에 따라 쓴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다시 말해 ‘조리’는 기계의 몫이지만, 아직 ‘요리’는 인간의 영역이다. 맛을 볼 수 있는 기계라니. 기껏 해봐야 당도와 염도를 수치화해서 데이터로 올리는 게 끝인 단계인데.

미래는 아마 많은 음식들이 맛의 상향평준화를 이뤄낸 채 나오게 될 것이다. 그건 기업도, 사람도 아닌, ‘레시피’를 입력해놓은 AI가 이룩해내는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요리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불닭 소스와 크림소스를 섞는 걸 발견한 것은 사람이고, 짬뽕에 토마토소스를 결합한 것도 사람이며, 송로(트러플)버섯에서 기름을 뽑아낸 것도, 캐비어를 먹을 생각을 한 것도, 독성 가득한 복어를 손질할 생각을 한 것도 인간이니까. ‘조리’와 ‘요리’의 경계선은 굉장히 확실해지겠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발견과 조합은 맛을 볼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한 특권이 될 것이다.

AI에 대한 담론을 음식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일 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별 게 없다. 많은 돈을 벌어 맛있는 음식을 먹던지, 숨겨진 맛집을 찾던지. 혹은 AI를 도입하는 외식업 프랜차이즈에게 투자하는 거일 테니까.

전형적인 맛이 길들여진 채로 당신의 입맛이 ‘싼마이’가 되지만 않길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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