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24]

[오피니언타임스=김대복] “혀에 낀 누런 태를 깨끗하게 닦아내도 3시간이면 또 다시 두텁게 생깁니다.” 입냄새로 고민하는 32세 남성의 하소연이다. 구취가 있는 사람 일부에게는 진한 설태가 보인다. 양치를 열심히 해도 빠르면 3시간 만에, 늦어도 하루 이틀 후에는 설태가 두텁게 형성된다. 이처럼 아무리 닦아도 심한 설태가 다시 생기는 것은 몸의 이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고 짙어진 설태를 제거해도 몇 시간 만에 다시 두터워지는 것은 원인 장부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입 안에 길쭉하게 뻗은 근육인 혀는 뿌리, 몸통, 끝 부분으로 구성된다. 표면은 점막으로 덮여 있는데 음식물 섭취, 발음, 맛의 느낌 등에 관여하다. 설태는 혀의 표면이 흰색, 회색, 누런색, 검은색 등으로 변해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다. 설태는 실유두 증식 사례가 많다. 혀에 있는 0.5mm 정도인 실유두가 씻겨지지 않고 성장하면 이물질이 쌓이고 각질화 된다. 실유두가 촘촘하게 증식되면 설태는 칫솔질로도 잘 벗겨지지 않는다.

설태가 쌓인 혀는 수천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다. 또 전신의 혈액 통로로써, 뇌와 몸의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주는 전령과 같다. 인체의 축소판인 혀의 상태를 통해 오장육부의 정상 기능 여부를 유추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손목의 맥을 체크하는 맥진과 함께 혀의 상태를 살피는 설진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설상(舌象)은 면상(面象), 맥상(脈象), 증상(證象)과 함께 사상진단의 기초가 된다. 설상은 설질(舌質)과 설태(舌苔)를 의미한다. 장부 기혈은 모두 혀에 영향을 주기에 병변을 감지할 수 있다. 몸이 차면 백태가 생성된다. 장에 가스가 차고 피로물질이 많이 쌓인 탓이다. 누런 황태도 건강에 좋지 않다. 검은 설태는 오장육부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생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설태와 색깔 등 혀의 상태를 통해 구취를 비롯한 각종 질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혀는 분홍빛에 옅고, 부드럽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건강력이 떨어지면 혀의 색과 두께가 변한다. 설태 원인은 음식 잔해물, 구강에서 탈락한 상피세포, 약물, 세균, 곰팡이, 질병 등이다. 혀의 표면에 백혈구, 혐기성 박테리아 등이 쌓이면서 구취가 유발된다. 혀의 색깔과 설태의 두께로 유추할 수 있는 질환을 알아본다.

Ⓒ픽사베이

하나, 두꺼운 백태다. 소화력 약화로 인한 위염, 위궤양 등의 소화기 질환을 생각할 수 있다. 소화불량 등으로 위장(胃腸)에 습열(濕熱)이 있으면 혀의 백태와 함께 갈증,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장 습열은 위와 장의 기능이 저하돼 염증, 담음, 대사불량 등을 보인다. 구강건조증, 구강카디나증, 입냄새의 주요한 요인이다.

둘, 노란색 황태다. 색이 진할수록 위나 대장에 열이 많음을 의미한다. 위나 간의 염증 위험성과 위열이나 대장열로 인한 변비와 가스 발생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백태가 오래되면 황태로 악화되기도 한다. 황태는 백태보다 구취가 심하다.

셋, 검은 흑태다. 진액과 혈이 말라감을 의미한다. 이 경우는 한증이나 열증이 극에 달한 상태다. 암 등의 종양 신호일 수도 있다. 체중 저하와 함께 구취가 심할 수 있다.

넷, 설태가 없고, 혀의 색깔이 옅다. 색이 지나치게 연하고 설태가 없는 경우는 산소 공급 이상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혀 돌기가 반들반들하면 빈혈 가능성이 높다. 산소 부족으로 잦은 피로감, 입마름, 구강궤양에 쉽게 노출된다. 역시 구취와 관련있다.

다섯, 약간의 설태와 함께 색이 진하다. 어혈이 있으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혀의 색이 진해질 수 있다. 관련 질환으로는 위장기능 장애나 호흡순환기 장애와 약물 장기복용 부작용을 생각할 수 있다. 만성 통증, 월경 불순도 해당된다.

여섯, 혀 바닥이 갈라진다. 혀가 쫙쫙 갈라지는 것은 심장의 열과 연관성이 높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입마름과 갈증 등으로 구강건조증이 나타나고, 혀가 붉어지면서 갈라질 수 있다. 타는 작열감을 느끼며 당뇨 빈혈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구취에 취약한 조건이다.

일곱, 울퉁불퉁한 혀다. 위장기능 저하, 불면인에게 자주 보인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습이 정체하고, 식욕이 감소하고, 어혈이 쌓여 빈혈 위험성도 높아진다. 설사와 복통도 잦다. 입냄새와 무관하지 않다.

여덟, 혀의 물집 발생이다. 몸의 면역력 저하와 연관 있다. 건강하면 입안의 상처가 빠른 시일에 회복되지만 저항력이 떨어지면 수많은 세균 공격에 쉽게 물집이 생겨서 구내염이 된다.

아홉, 혀의 부분에 균열이 있다. 균열은 스트레스, 면역력, 장부 등과 연관이 있다. 혀의 앞쪽 균열은 심장병과 신경성식도염, 가운데 균열은 허리와 위장 이상, 혀의 안쪽 균열은 자궁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열, 혀가 둔감하다. 혀는 무게감을 느끼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혀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고, 무겁게 느껴지면 비장이나 신장이 약한 탓일 수 있다. 몸이 찬 사람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혀의 이상과 부자연스런 설태는 모두 입냄새 유발 요인이 된다. 대표적으로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은 위장에 오랜 기간 머물고, 습과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이 식도로 올라와 설태를 만들고, 혈액으로 들어가 입냄새를 일으킨다. 음주로 인한 습열도 음식물과 원리는 같다. 이 경우 위장의 습을 제거하면 설태가 개선돼 입냄새도 사라진다.

한의학에서는 설태 제거를 위해 비(脾)를 튼튼하게 하고 습(濕)을 내리는 건비이습(健脾利濕) 처방을 한다. 건비이습 약재는 백복령, 율무, 반하, 후박, 흰여뀌 등 다양하다. 설태가 두꺼우면 입마름도 심하기에 침 분비 촉진 약재를 같이 사용한다. 이와 함께 설태의 원인이 구강인지, 기관지인지, 소화기인지 등을 진단해 개인체질에 맞는 근본적 치료 처방을 한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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