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화의 요즘론]

[오피니언타임스=허승화] 나는 현재 결혼을 주제로 극을 한 편 쓰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식과 천차만별인 결혼관들의 중간을 찾는 것이었다. 취재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지만 의견은 천차만별이었다.

기본적으로 세대에 따라 결혼관이 많이 갈리기는 한다. 인터넷을 보면 비혼 주의자들이 대다수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고, 주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은 자꾸만 날아온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며, 졸혼을 하고 비혼을 외친다. 유퉁 씨는 얼마 전 여덟 번째 결혼생활을 끝마쳤다고 한다. 신비로울 정도로 복잡 다단하다.

Ⓒ픽사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

사실 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다. 친척, 친구, 지인 등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는 걸 보면서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이란 게 어떻게 우리 세대에도 유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시대에 누군가와 삶을 동반하고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그들의 용기가 놀랍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친척 중 다수는 이혼을 했다. 그 외에도 기혼자 대부분은 피치 못해 살아가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혼자서 피치 못하느냐 여럿이서 피치 못하느냐의 기로에서, 어째서 후자를 택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가족이란 개념 자체가 무너지고 있지만 정말로 결혼이라는 전통의 방식은 모두 틀린 것이고,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들이 다 옳고 아름다운 것일까. 둘 중에 하나를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결혼은 왜 하는가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결혼은 왜 할까.

누군가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나(me)-일(job)=0(zero)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인간은 좋든 싫든 살아있는 한 일을 해야 한다. 일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일은 일이다. 인간은 일 외의 삶을 만들기 위해 가족을 만든다. 이것이 내가 세운 가설이다. 미약하게나마 내 주변을 사람으로 채워가는 것. 그것이 노동에 매몰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서사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는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새 시대의 인간들이 새 언어로 칭하지만 결국 인간이 제 몸의 옆에 있을 누군가를 찾는 행위는 계속 반복되어 왔다.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혼자를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형태가 대안적이고 간접적일지라도 사람은 사람을 원한다. 특별할 것 없이, 그러한 활동의 가장 전통적 형태가 결혼일 뿐이다.

가정을 이룬다는 전통의 통과의례는 고된 노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지속적으로 소비해야 할 조건이 갖춰진다.  종족 번식이 동물의 본능이라고들 하지 않나. 유한한 존재들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려는 것은 본능의 영역일 수도 있다.

사람은 나이 들어도 똑같이 흔들린다. 죽어라고 흔들린다. 죽기 직전까지 흔들린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고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지친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될 뿐이다. 그런 가운데 나보다 어린 생명을 키우기 위해 삶의 중반부에 삶의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것은 잘하면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상, 내가 어렴풋이 이해한 결혼의 이유다.

알고도 속는 예쁜 거짓말

나는 결혼이 예쁜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하는 장담이자, 스스로도 진짜라 믿고 싶은 아름다운 거짓말 말이다. 거짓은 때로는 진실보다 아름답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할 사람은 다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결혼하는 사람의 비율이 떨어지고, 젊은 세대가 안 한다고 해도 할 사람은 다 한다. 그게 결혼의 마력이다.

 사실 결혼과 비혼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결혼은 혼인 신고서 한 장 짜리 약속이고, 이혼은 이혼 신고서 한 장 짜리 합의다. 비혼에게는 내보일 종이가 없다. 거칠게 말하자면 누구나 내일이라도 결혼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내일이라도 결혼 후 파경을 맞이하여 비혼 주의자로 돌아설 수 있다. 그러니 누가 졸혼을 하든, 휴혼을 하든, 결혼을 하든, 비혼을 선택하든, 수많은 의견을 서로 존중하면 좋겠다.

허승화

영화과 졸업 후 아직은 글과 영화에 접속되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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