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신 250주년 특별기획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 5

茶山은 성리학자들의 이(理)⋅기(氣)논쟁이 지나치고 부질없는 것이라 판단하면서도, 이이(李珥)의 주기론(主氣論)적 입장을 지지하였는데 ‘홍대용에서 최한기에 이르기까지 실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는 서경덕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리학자들이 이황(李滉)의 주리론(主理論)을 추종하였던 것과 비교된다.

자연현상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관점에서 볼 때 주리적⋅주기적 경향은 각각 합리주의⋅경험주의와 상응한다고 볼 수 있는데, 경험주의에 해당하는 주기적 태도가 사물의 관찰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 것만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와같은 지적풍토가 바로 실학파 학자들을 박학(博學)의 길로 안내하여 백과전서적 작품을 낳게 해준 것이다.

음양(陰陽)에 대한 생각도 주자(朱子)와 달랐다. 주돈희는 <태극도설>에서 “태극이 동(動)하여 양(陽)이 생기고, 그것이 극(極)에 이르면 정(靜)하게 되는데 여기서 음(陰)이 생긴다”라고 썼는데, 이것을 주자가 받아들임으로써 성리학에서 자연을 보는 관점(自然觀)의 핵심이 되었다.즉, 주자(朱子)는 “태극이란 천지 만물의 이(理)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고 최고의 진리이다”라고 말한데 반하여, 茶山은 태극(太極)이나 무극(無極)이란 원기(元氣)에 불과하다고 하여 주기론적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아울러 주자는 음양을 기(氣)로 오행을 질(質)로 나누면서도 기⋅질이란 청(淸)과 탁(濁)의 차이에서 오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기(氣)라고 보고 있다. 반면 茶山은 “태극자체가 원기(元氣)이며 음⋅양이란 단지 햇빛이 비치는가 아닌가에 따라 생기는 ‘음지’와 ‘양지’란 뜻일 뿐”이라 하였고, 오행에 관해서도 “만물 가운데 다섯가지에 불과한 것인데 이 다섯이 만물을 낳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음양오행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풍조가 작지 않다. 하물며 과학문명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던 18~19세기 조선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과거 서양에서 무조건 천동설을 신봉하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산이 이 음양오행설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은 사고의 큰 전환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서양에서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가 치밀한 관찰을 통해서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제창한 것을 연상시킨다. 구체적인 방법과 대상은 달라도 이들 지동설의 선구자들과 다산 정약용의 과학정신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산문화교육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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