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팔씨름을 이기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 그는 내 부축이 필요하다. 당뇨에 중풍이 겹쳐 다리는 절고 양쪽 뺨가죽이 말라붙었다. 얼마 전 환갑이었는데 고희는 족히 되어 보인다.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냈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연을 끊고 살아간 날도 있다. 그렇게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버지는 골방의 나그네가 되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없는 그의 웃음에 내 심장의 맥이 풀려버렸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 함께 보내지 못한 세월이 건강의 적신호를 관통한 것일까.

그의 얼굴 측면을 보니 검버섯이 활짝 피었다. 셀 수 없이 더덕더덕 피어버린 검버섯을 바라보며 나는 그만 마음으로 울어버렸다. 소주잔이 넘칠 만큼 현실의 눈물을 쏟을 수 있었지만, 가족들이 함께 했기에 입술을 씹으며 위기를 모면했다.

식당 밖으로 나와 먼 산을 바라보는데 노을이 보였다. 흐릿했다. 눈에 고인 눈물이 만들어낸 한(恨)일까. 이상향일까. 잘 모르겠다. 자꾸만 검버섯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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