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보수·진보가 하나가 되어 심성 융성케 할 것”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범문단이 모여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학적 연대를 시작했다
20일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서 6.15 민족문학인 남측협회 결성식 및 국제문학포럼 개최

보수 진보로 갈려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계에 경종 울릴 것

분단 이후 최초로 보수·진보가 다함께 참여한 범문단 문학인 조직이 탄생했다. 6.15 민족문학인 남측협회다. 이 남측협회는 범문단 구성과 함께 남북 문학교류와 남남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 기여 원칙에 따라 문학 5단체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6·15 민족문학인 남측협회(대표회장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하 남측협회)는 20일 서울시 천도교 중앙대교당(수운회관)에서 남측협회 결성식 및 국제문학포럼을 가졌다.

이는 2005년 7월 평양에서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회의'를 개최한 남북 문학인들이 2006년 10월 30일 금강산에서 만나 공동 조직인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한 지 10여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1945년 12월 13일 남과 북 문학인들이 서울에서 '조선문학가동맹'을 결성하기로 합의하고 전국문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지 74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남북대결, 동서분열, 색깔론으로 국민정신을 파편화해온 우리 현실에서 범문단의 남측협회 구성은 문학을 통한 치유와 위로, 국민 통합을 선도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지금도 보수 진보로 갈려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과 함께 증오의 정치를 버리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성의 의미가 크다.

결성식 참가자들은 발표한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결성(복원)선언문'에서 "분단 이후 한국문단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아니하고 오직 문학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범문단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학적 연대를 시작한 것"이라고 재결성 취지를 밝혔다.

재결성 취지는 또 "이제는 문학적 상상과 창작을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문학적 상상과 창조활동에도 나서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담론이 넓게 퍼져나가도록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09년 봄 3호 편집위원회 개최 이후 중단된 남북공동의 기관지인 『통일문학』의 복간과 남측협회 기관지인 『평화문학』을 창간해 "우리의 내면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분단과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과 민족구성원 전체에게 상처받지 않은 모국어와 온전한 삶을 누리도록 문학적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결의했다.

이광복 대표회장. 통일뉴스 제공

이광복 대표회장 “남북의 문인이 한데 모여 문학이라는 단일 명제로 대통합 이루자”

이광복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대표회장(문협 이사장)은 “남과 북이 문학으로 함께 뭉치고자 하는 화합의 정신은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는 가운데,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문학으로 하나가 되는 범문단 조직이 되어 우리 문학을 융성케 할 것”이라면서 “이번 결성식을 계기로 남북의 문인이 한데 모여 문학이라는 단일 명제로 대통합을 이루고, 응축된 힘으로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정도상 집행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남측협회는 무엇보다 분단 이후 최초로 보수·진보가 모두 참여한 범문단 문학인 조직이 탄생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범문단 구성과 남남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 기여 원칙에 따라 문학 5단체를 중심으로 회장단을 구성하고 대표회장은 각 단체 대표들이 임기 2년으로 순서대로 맡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남측협회 재결성을 위해 국제PEN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가 참여했다. 이광복(대표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손해일(공동회장,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김지연(공동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윤석산(공동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이경자(공동회장,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정도상(공동회장, 집행회장)이 남측협회 회장단을 구성하고,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첫 대표회장을 맡았다.

또 김호운(집행위원장,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김경식(집행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사무총장), 표중식(집행위원, 한국문인협회 사무총장), 이형우(집행위원,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한창훈(집행위원,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으로 남측협회 집행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사 참석자들

남북대결, 동서분열, 색깔론으로 국민정신을 파편화해온 낡은 기제 청산할 것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문학이라는 한 울타리안에 모여 남북 문학을 통한 남북 화해와 협력을 강화해나가자는 모임을 가진 것은 이념대결로 몰아가 정치적 이익을 취해온 한국 기성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남북 화해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남북대결, 동서분열, 색깔론으로 국민 정신을 파편화시켜 왔으며, 그 과정에서 정파적 이익을 취해왔던 것이 현실. 지금도 여전히 가장 큰 정치 지형을 형성해오면서 국민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해온 기제로 작동해왔다. 그런데 문학인이 이를 선도적으로 부수는 역할을 자임했다. 이는 곧 낡은 한국 정치사회문화 현실을 극복하는 기제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남측협회 결성식에 이어 각 문학단체 문인들과 관계자, 연구자, 시민 등 350여 명이 참여해 ‘김정은 시대 북한문학과 통일문학 방향’을 주제로 국제문학포럼(제1세션)을 가졌다. 제1세션에서 김재용 문학평론가(통일문학편집위원장)가 ‘김정은 시대 북한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갈림길에 선 북한문학’을 발표했다. 김성수 문학평론가는 ‘신한반도체제’ 한반도문학과 <통일문학> 복간 방향’을, 오태호 문학평론가는 ‘김정은 시대 북한 단편소설의 특성 고찰’을, 이상숙 문학평론가는 ‘김정은 시대 시문학과 <통일문학>’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에는 노지영 문학평론가, 박희주 소설가, 여서완 시인·소설가, 이정 소설가가 참여했다.

한편 오는 12월 7일~9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문인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2차 국제문학포럼을 갖는다. 서울 수운회관에서의 1차 세션에 이어 제2세션으로 ‘동아시아 평화와 문학’을 주제로 △식민주의를 넘어서, △냉전을 넘어서를 주제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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