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 픽사베이

<최소한의 밥벌이>라는 이채로운 제목의 책을 읽었다. 30년 넘게 아사히신문 기자로 살아온 저자 곤도 고타로. 그는 ‘얼터너비트 농부’를 꿈꾸며 시골로 내려간다.

농사로 자신의 밥을 해결하고, 그 외 시간에는 오직 글쓰기에 몰두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3대 일간지의 중견 언론인에서 하루아침에 초보 농부가 되는 드라마틱한 변화.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곤도 고타로가 속한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진보 일간지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곳곳에 묻어난다.

인용하는 학자나 저자도 대개 진보적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농촌으로 내려간다는 발상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전개다.

그렇게 그저 재미있게만 읽다가, 아래 구절을 읽고 무릎을 쳤다.  

“요즘 세상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능력 강박 사회’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만 중요하다고 몰아대면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견디기 힘든 사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 곤도 고타로, 《최소한의 밥벌이》 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을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자의 말마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꼭 무슨 심각한 하자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강박적이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 여유롭게 누워 있는 모습(발가락이 포인트다)! 알고 보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가 그린 것이었다. Ⓒ 쌤앤파커스

곤도 고타로는 말한다.

“인간사회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아닌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이 좀 부족해도, 섬세한 일에 집중력을 보이거나 묵묵히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다.”
- 곤도 고타로, 《최소한의 밥벌이》 中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우리가 함양해야 할 여러 자질 중 하나이다. 또 본디 ‘능력’이란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법.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집중력이나 분석력이 ‘상대적으로’ 앞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이든 ‘강박’이 되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어렵다.

한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이 강박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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