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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의 스트레스와 간지러운 코[이상주의 스포츠와 3분 과학]
이상주 | 승인 2019.11.25 10:06

[논객닷컴=이상주] 스포츠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이긴 자의 환호, 진 자의 아쉬움이 뒤섞인다. 승부 세계의 환희와 열정, 진한 눈물 뒤에는 극한의 스트레스가 깔려 있다. 관심 많은 경기일수록 선수와 감독의 부담이 커진다.

최근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과 브라질 전, 야구 국가대표팀 한국과 일본전 등이 좋은 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월 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인 피파(FIFA) 랭킹 세계 3위이고, 한국은 39위다. 객관적 전력은 열세지만 많은 축구팬은 ‘잘 싸울 수 있다’는 믿음과 ‘잘 싸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친선경기이고, 전력 평가전이지만 감독으로서는 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야구는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대5로 졌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은 일본에 7승 5패로 앞서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팬들은 우리나라 야구 수준이 일본에 앞선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팬은 전력을 호각세로 본다. 또 일부 팬은 우리 수준이 일본에 근접했지만 뛰어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승리를 바라고, 이길 것으로 믿는다. 감독은 중압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수십 년을 승부세계에서 산 감독들은 지는 것을 스스로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렇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극단으로 받는다. 관중의 환호와 박수갈채, 야유와 욕설도 모두 부담으로 다가온다.

워낙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심장의 고통을 호소하는 스포츠인도 있다. 이런 심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감독들은 치아가 안 좋고, 위장병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감독의 아내들은 남편이 경기장에 나갈 때면 '자식이 대학 입학 수능시험을 보러 가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감독은 포커페이스다.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바위산처럼 듬직하게 있다. 속으로는 스트레스와 싸우고, 겉으로는 표정과 싸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인체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아무리 인내해도 한두 번 쯤은 긴장감이 외부로 드러난다. 그 중의 하나가 손동작이다. 스포츠 게임 중계 화면을 보면 감독들이 코를 만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픽사베이

스트레스는 본래 물리학에서 특정 개체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힘을 표시했다. 요즘엔 물리학 보다는 사람에게 흔히 쓰인다. 압박감이나 근육의 긴장 같은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예측할 수 있는 흥분상태를 의미한다.

스트레스는 위험 대비의 전령이다. 인체가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몸 상태가 즉각 실전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화가 나거나 긴장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흥분한다. 교감신경은 흥분과 관계되고, 부교감신경은 이완과 밀접하다. 코의 피부 밑 부분에는 말초혈관이 있다. 이 말초혈관을 지나는 피의 흐름은 교감신경에 의해 지배된다. 말초신경은 뇌, 척수와 말초의 기관을 연결하는 신경계다. 체성신경계와 자율신경계로 나누어지며 체성신경계는 의식적인 근육운동과 감각을 장악한다.

화가 나거나 걱정이 많거나, 부담이 심하면 교감신경이 말초신경을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피의 흐름을 적어지고, 코의 온도가 내려가고, 코의 조직에 변화가 인다. 히스타민도 방출돼 가려움이 느껴진다.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손이 코로 가는 이유다.

이 같은 스트레스와 긴장, 부담감은 운동 경기는 물론이고 면접, 발표, 청문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이 자신의 성 스캔들에 대한 증언 때 코에 손이 간 것도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방증이다.

코 만지기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다. 야구는 사인의 경기다. 사인 약속은 얼굴 등의 신체를 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07년 프로야구 SK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다. SK의 도루 사인은 감독이 코에 손을 얹는 것이었다. SK 1루 주자 이진영은 벤치를 주시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손이 코를 스쳤다. 이진영은 재빨리 스타트했으나 2루에서 횡사했다. 작전 실패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도루 사인을 낸 게 아니었다. 시큰한 바람이 코를 간질이자 의미 없이 손이 올라갔던 것이다.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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