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은 공식석상 드러내고 아내 대해선 묵묵부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중국 장쑤성 난징(南京)시에서 열린 난징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SK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최태원 회장, AI(인공지능)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 강조’, ‘최태원 경영 키워드는 사회적 가치’, ‘행복 전도사로 나선 최태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관련 기사 제목입니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자주 언급합니다.

111개 계열사, 총자산 218조원(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을 보유한 재계 3위 SK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사회적 가치를 선도하는 건 바람직한 그림입니다. SK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적자생존의 살벌한 정글인 우리 사회가 한층 밝아질 겁니다.

문제는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드리워진 그림자입니다. 사회적 가치는 공존공영(共存共榮) 정신을 깔고 있는 개념입니다. 함께 살고 번영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이 마음에 걸립니다. 최태원 회장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입니다.

두 사람은 이혼소송을 치르고 있습니다. 2015년 최태원 회장이 성격 차이를 들어 노소영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했죠. 노소영 관장은 이혼할 수 없다고 버텼고요. 결국 2017년 7월 이혼 조정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두 사람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죠. 현재 변론기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혼소송 중인 지난 5월 최태원 회장은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과 공식 석상에 함께 나타났습니다. 그의 제안으로 열린 사회적 가치 축제인 소셜 밸류 커넥트 2019 행사 자리였죠. 티앤씨재단은 장학, 교육 사업을 하는 공익재단입니다. 재단 이름은 최태원 회장 T(Taewon)와 김희영 이사장 영어 이름 클로이(Chloe) C에서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최태원 회장은 “나와 반대인 사람을 만나 그를 관찰해보니 잘못 살아온 것 같았다.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게 됐고 영리 기업 또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죠. 김희영 이사장 덕에 이타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길 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렇듯 따뜻한 말을 할 줄 아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는 이혼소송 조정기일에 출석했고 지난 22일 4차 변론기일에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취재진 질문엔 일절 답변하지 않았죠. 기자들은 최태원 회장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남편이 동거인은 드러내고 아내는 함구하는 현실. 혼인제도를 무시하는 언행 아닐까요. 아직 이혼소송은 안 끝났습니다. 밉든 곱든 최태원 회장 아내는 여전히 노소영 관장입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진 아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혼하지 말란 소리가 아닙니다. 관계가 깨졌다면 각자 갈 길을 가야죠. 다만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 주류 중 주류인 최태원 회장이 모범을 보이는 것도 일종의 사회적 가치일 겁니다.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을 품위 있게 떠나보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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