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금강산처럼 평생 한번 가보기도 어려운 대단한 볼거리를 앞에 두고도 먹는 것이 먼저라 할 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금강산을 못 봐도 죽지 않지만, 먹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먹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금강산을 보는 것 등은 하면 좋지만 안 하더라도 생명에 크게 지장은 없다.

우리의 주제인 문화와 축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먹는 것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배를 채우는 생물학적 행위를 넘어 문화의 독립된 한 영역이 되었다.  

소풍에서 김밥을 빼면 서운한 것처럼 먹는 것은 모든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와 축제뿐 아니라 여행에 있어서도 음식은 자연절경, 역사적 건축물과 유물, 여행의 핫스팟과 함께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된지 오래다.

심지어 다른 것들을 생략하고 오직 먹는 것에만 올인 하는 소위 먹방 여행이 유행하기도 한다.

특정 테마를 가진 축제에서조차 음식은 그 축제의 주인공과 함께 시너지를 이루어 축제 참가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인간의 활동이 대부분 합목적성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을 함께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래야 더 즐거울 수 있다.

내가 소개하려는 축제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문화축제들과는 달리 음식 자체가 주인공인 음식 문화축제이다. 이 축제는 2019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다양한 문화 행사 중 하나인  “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 이다.

2019년 11월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간 부산 전포동 놀이마루 운동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한·아세안 11개국의 대표음식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11개국 현지 유명 맛집 셰프들을 초청해 그들이 직접 요리한 현지 식당과 똑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음식문화교류의 장인 것이다.

Ⓒ신재훈

기존의 많은 음식축제들은 송이 축제, 대게 축제, 한우 축제처럼 식재료와 그 식재료를 사용한 대표 음식을 소개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음식을 잘하는 특정 셰프나 식당의 음식이 아닌, 그저 그 재료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의 평범한 맛을 보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셰프와 식당의 노하우와 개성이 담긴 고유명사로서의 음식이 아닌, 가장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의 보통명사로서의 음식을 맛본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 그냥 짜장면과 이연복 셰프가 만든 짜장면 또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식당인 공화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조 짜장면의 차이라고나 할까?

같은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이라도 식당과 셰프의 조리 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한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집 앞의 가까운 식당을 두고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소위 맛집에 찾아간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물론 그 이유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 지역의 특산물로서의 식재료를 널리 소개하고 많이 소비되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다 보니 특정 셰프나 식당의 노하우 보다는 대표성을 가진 식재료를 더 부각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축제의 경우 아시아의 주요도시를 여행하며 만날 수 있는, 꼭 맛봐야 할 음식 리스트에 올라있는 유명 맛집들의 음식을 직접 한국에서 먹어볼 수 있다.

비행기 대신 지하철을 타고 부산에서 아시아 각 지역의 대표음식을 현지 식당에서 먹는 것과 똑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아닌가 한다. 또한 그것이 이번 축제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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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축제에서도 기존의 전형적인 음식축제의 관행을 따랐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음식축제처럼 하노이 xx 레스토랑, ㅇㅇ셰프의 쌀국수 대신 평범한 그냥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데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관계자들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현지 유명 음식점의 셰프를 초청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직접 다녀온 담당 직원의 힘겨웠던 출장기를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담당자들의 참신한 생각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이런 멋진 행사가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삼고초려의 노력 끝에 초청된 국가별 대표 레스토랑 셰프들이 선보일 메뉴들은 다음과 같다.

- 라오스: 레몬그라스 육포튀김
- 말레이시아: 나시르막, 사테
- 미얀마: 샨누들, 샐러드누들, 튀긴 두부
-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 브루나이: 나시카톡
- 싱가포르: 바쿠텐
- 인도네시아: 나시고랭, 미고랭
- 캄보디아: 아목, 록락
- 태국: 팟타이, 팟카파오무쌉
- 필리핀: 레촌

메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벌써 나의 뇌는 메뉴 속 음식에 관한 기억들을 소환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한다.  

미얀마 샨누들 맛집 999, 말레이시아 나시르막 맛집 Renung, 태국 팟타이 맛집 Savoey처럼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직접 가서 먹어본 곳도 있고, 가기는 했으나 줄이 너무 길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온 곳도 있다. 물론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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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와 함께 맛있었던 음식도 떠올려 본다. 음식에 대한 회상 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이번 행사에서 아무리 똑같은 레스토랑의 셰프가 똑같은 재료와 레시피로 요리를 한다 하더라도 직접 여행가서 고생하며 찾아간 현지 식당에서 경험한 그 맛과는 다를 것이다. 사실 그 차이는 실제 음식 맛의 차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인 차이다.

우리의 뇌가 과거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인 과장과 미화에 의한 것이다. 마치 군대에서 고참들 몰래 끓여먹은 라면이 가장 맛있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그녀가 가장 예쁘고 놓친 물고기가 가장 컸다고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지에서 그 맛을 경험해본 독자라면 여행의 기억과 함께 그 때 그 맛을 다시 느껴보기 바란다.

아직 현지에서 그 맛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현지의 유명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만든 아세안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현지 유명 식당의 셰프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본다는 사실에 만족하기 바란다.

열흘 남짓 하는 행사다 보니 주방과 조리기구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불에 대한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웍(wok)도 못쓰고 숯불도 못쓰다 보니 현지의 맛을 재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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