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아재는 울고 싶다]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결혼한지 어느덧 2년이 가까이 됐다. 아직 우리 부부에겐 아이가 없다. 우리는 연애 시절부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전제로 결혼했다. 물론 부모님에겐 누구도 사전에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이 딱히 변하진 않았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2세 언급을 많이 하시진 않는다. 다만, 아이를 가지면 조금은 힘들더라도 특별한 행복이 있으니 낳아보면 어떻니? 한번 말씀하시긴 했다. 나중엔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우리가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계획해볼까? 하고 아내가 이야기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지금 실업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건 더욱 말도 안된다. 반면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일단은 낳고 보라는 식이다. 그런데 그들이 대신 키워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에겐 다 각자의 선택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왜 2세 욕망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솔직히 말하면 여유인 것 같다. 나도 돈 많이 벌고, 커다란 집에서 땅땅거리고 살면 연예인들처럼 아이들 셋넷 팔로 들어 올리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집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고, 반려견도 함께 하는 삶. 완전 연예인 라이프...근데 그럴 만큼의 여유가 없다. 둘이 그냥 외식 때 소고기 가끔 사먹을 정도의 여유로만 살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서 우리는 부모님 세대처럼 힘든 삶 속에서 아이들 많이 낳고 희생하며 살고 싶진 않은 것이다. 장인어른, 장모님은 2세에 대한 기대가 당연히 클 것이다. 근데 주저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색한 사이가 되어도 어쩔 수가 없다.

Ⓒ픽사베이

다행히 아내도 내 생각과 많이 비슷하다. 자기는 이루고 싶은 꿈 (옷가게 운영)도 있고, 아이들을 막 엄청 좋아하진 않는다. 어릴 때 장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아내가 같이 일을 도우면서 식당에 온 아이들에게 완전 질려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울고불고 난리치고 그랬나 보다. 나 또한 전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했고, 아이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호르몬이 무한 생성되는 그들에게 완전 져버렸다. 탈탈 털려버렸다. 중2, 중3 친구들이었다. 지금은 아이들과의 교류가 많이 어렵다.

나는 나를 많이 좋아하나 보다. 내 시간이 중요하고, 내 고유함이 중요한 그런 놈인가 보다. 그래서 많이 이기적이고, 내 맘대로 살고 별로 타협 안하고 사는 그런 놈인 것이다. 갑자기 결혼해준 와이프가 고맙네...

요즘 TV를 보면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TV를 돌리면 세 곳 중 한곳은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보면 아기들이 귀엽고 행복해보여 좋은데, 방송이 끝나면 마음이 허하고 낭패한 기분이 드는 건 무엇때문일까?  살림살이의 규모, 럭셔리한 생활양식, 넓은 규모의 집들까지 보통인이 대부분일 많은 시청자들은 분명 패배감이 들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결혼 때부터 주변친구들이나 후배들한테 종종 이야기하곤 했는데, 내가 경험한바론 어르신들, 친척 할머니 할아버지보다도 가까운 친구들, 선후배들이 더 보수적으로 말을 함부로 한다.

"왜 애를 안가져? 니 애 보고 싶지 않냐?"
"글쎄다 난 아직 잘모르겠다. 난 그냥 와이프랑 노는게 더 좋은데..."
"애를 안가지면 왜 결혼한겨?"
"아니. 그거야 그냥 와이프가 좋으니까 결혼한거지...“

가까운 놈들이 더 난리친다. 썩을 놈들.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영화가 좋다. 피를 섞지 않은 가족들이 피를 섞은 가족이 못하는 사랑의 모습을 더 남기는 걸 보고 일종의 통쾌함의 기분도 들었다. 우린 왜 남의 사생활에 그토록 걱정과 안부를 묻는 것인가? 분명 도와줄 것도 전혀 아닐 것이다. 자기가 하는 고생 너도 좀 해봐라 뭐 이런건가? 당연히 하는 고생이니, 날로 먹으려는, 너무도 자유를 누리는 우리부부가 배아픈 것인가? 아이를 낳으면 더 행복할거니깐 애를 낳아라하는데 왜 남의 행복을 그대들이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린 충분히 행복한데 더 행복할꺼리가 있나 모르겠단 말이다.

아이는 소중하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살면서 정말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거대한 행복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아이를 낳는 건 이유가 좀 멋있지가 않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지 하는 그런 생각은 더 더욱이나 멋있지가 않다. 예전에 배우 김민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이 행복해진다라고만 이야기했지 정작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했다. 예전에 독서모임에 갔더니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엄마가 성인이 된 어느 시점에 "지금까지 내가 너 키운 거 다 갚아라고 "했다고... 너무 끔찍한 생각인 것 같다. 보상받기 위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인가? 그분께선 더 이상 어머님과 연락을 안한다고 했다. 자식을 낳는 게 자신의 외로움을 충당하기 위해서, 노후의 기반을 위해서라면 조금은 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자식된 입장에서 효도하는 잘난 아들 아니지만, 가끔은 효도하는 게 무척이나 피로할 때도 있다. 효도 말고 그냥 존재하면 안되는 걸까? 서로에게 기대지 말고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응원할 수 있는 그런 관계

결국 서로의 기대감으로 실망하는 게 우리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하정훈

그냥 아재는 거부합니다. 낭만을 떠올리는 아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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