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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이 살자~ 개같이 살지 말고[한성규의 하좀하]
한성규 | 승인 2019.11.29 09:54

[청년칼럼=한성규] 서울 마포 경의선 숲길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30대가 21일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고양이에게 다가가 사료를 주면서 먹으라고 했지만 거부당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고양이를 학대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반면 최근 5년간 사람이 동물에게 물리는 사고도 1만 600여 건이나 발생했다. 2019년이다. 호랑이도 사자도, 아니 코끼리도 사람한테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21세기다. 사람이 동물을 해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사람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개에게 1만 명 이상의 사람이 물렸다는 것도 정말 심각한 일이다.

2014년에는 1889건이던 대한민국의 개물림 사고는 2016년에는 2천 건을 넘기더니 2018년에는 2368건으로 이제 3천 건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개에게 물려서 치명상을 입은 사람도 적지 않은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개에게 물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응급실로 실려 왔단다. 그중에 20명 중의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현행법은 반려견 외출 시에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입마개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의 네티즌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목줄을 매지 않은 개의 신상을 털 방법은 없다. 주인에게 직접 이름을 묻는다고 해도 과태료를 내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을 알려줄 주인은 없다.

Ⓒ픽사베이

개똥 피해가기

사실 반려견과 관련된 문제는 개물림 사고만이 아니다. 내가 조깅을 하는 시골길에는 똥 지뢰가 널려있다. 사람이 길거리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싸 놓았을 리는 없고, 이는 개가 한 짓이 분명하다. 나는 조깅을 하면서 곳곳에 뿌려진 똥을 피해 달리고 있다. 거의 허들 넘기 수준의 난이도다. 아침에 똥 지뢰를 제대로 뛰어넘지 못해 신발에 똥이 묻기라도 하는 날이면 신발을 닦고 냄새 없애느라 난리를 치고 정말 개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2005년 서울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한 여성의 개가 갑자기 설사를 했다. 이 여성은 당황해하며 개의 엉덩이를 닦더니 내려버린다. 지하철 바닥에 떨어진 개똥은 닦지 않았다. 같은 칸에 타고 계셨던 할아버지 한 분이 그 여성의 개가 싸질러 놓고 간 설사를 닦았다.

이 여성은 즉시 유명해졌다. 곧 그녀에게는 ‘개똥녀’라는 별명이 붙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어떤 조사수단을 썼는지, 그 여성의 신원을 곧 밝혀내어 사이버 공격을 시작했다.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세계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에까지 기사가 실리며 국제도시인 서울의 지하철에 개똥 이미지를 발라 놓았다.

개가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문제다

사실 설사를 참지 못한 개든, 사람을 문 개든, 개들은 크게 잘못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개라고 해도 갑자기 나오는 설사를 참기 힘들 것이다. 인간도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화장실 교육도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철에 똥을 쌌다고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또한, 개는 두려움에 반응한다. 자기를 공격할 것 같은 큰 동물이 다가오면 무는 것이 본능이다. 내가 개라도 상황이 닥치면 물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개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람이다. 개는 신호가 오면 거리든, 지하철이든 똥을 싼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똥을 치우지 않은 사람이 문제이고, 개는 두려움에 사람을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사람이 문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그럼 내가 우리 호랑이는 안 물어요~하고 당신 집에 호랑이를 데리고 들어가 볼까? 당신 개는 물론 똥도 안 싸고, 사람도 안 물 거로 생각하겠지만 그건 당신 생각이다. 내 생각에 우리 집에 사는 모기는 사람도 안 물고, 밤에 앵앵 거리지도 않으니까 내가 당신 집에 한 100마리 풀어 놓을까?

개, 같이 살자

반려견 전문가라는 강사가 개, 같이 살자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다니는 걸 보았다. 출산율이 줄고 혼자 사는 인구가 늘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사람의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해야 한다. 개는 자기 주인만 좋아하지, 모르는 사람을 배려할 줄은 모른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개가 아니라 개 주인의 몫이다. 이제 개 주인들도 개같이 살지 말고, 개와 다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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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katana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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