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술과 다른 증언 쏟아내… “김병원은 선거 얘기 안했다” 일관

23대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 관련 형사재판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사진은 불법선거 재판 피고인 중 하나인 김병원 회장ⓒ출처=더팩트

※ 2016년 1월 치러진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관련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형사재판(이하 농협 재판)이 대법원 계류 중이다. 이 재판은 한창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이젠 여론이 주목하지 않는다. 김병원 회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형을 받아 당선 무효를 피한 데다 24대 회장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와서다. 하지만 농협 재판은 다시 살펴볼 의미가 있다. 일부 쟁점은 선거전에서 사람만 바뀐 채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이 농협 재판을 복기해봤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농협 재판에선 전국 대의원 조합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병원 회장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이들을 만나 위탁선거법을 벗어난 행동을 했는지 가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김병원 회장을 감쌌다. 검찰 진술과 다른 증언을 한 사람도 많았다.

지난해 8월 항소심 5차 공판. 증인은 이성기 순천광양축협 조합장, 박영구 청송농협 조합장, 정명화 하동 옥종농협 조합장이었다. 조합장들은 선거운동 기간 전 김병원 회장을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김병원 회장이 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거나 지지 호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기 조합장은 김병원 회장과 통화하면서 축협의 전문성, 자율성과 연관된 농업협동조합법 132조를 개정해선 안 된다는 건의를 스스로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병원 회장이 당선되면 어떻게 하겠다거나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병원 회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구 조합장은 출마에 필요한 추천서를 써주긴 했지만 선거 얘길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김병원 회장이 자기를 찾아왔으나 일정이 안 맞아 만나지 못했다고도 했다.  

2015년 11월 김병원 회장과 만났다는 정명화 조합장은 미곡종합처리장(RPC), 벤처농업대학, 농협경제지주 얘기를 자신이 꺼냈다고 했다. 그는 동향인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을 고려해 김병원 회장을 돕기 힘들다는 말도 했다고 했다. 김병원 회장은 경청하며 고개만 끄덕였다고도 했다.

한 달 뒤 항소심 6차 공판이 열렸다. 증인으론 배경수 원주판부농협 조합장과 최순태 전 횡성공근농협 조합장(지난 3월 낙선) 등이 나왔다. 

배경수 조합장은 김병원 회장과 2015년 12월 만나 저녁 식사를 했지만 선거 논의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힘들다는 얘기가 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땐 빨리 돌아가고 싶어 ‘네. 그렇습니다’ 식의 답변을 한 거라고 했다. 당시 목디스크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고 했다. 

최순태 전 조합장은 평생 농사만 짓다가 난데없이 검찰에 출두해 당황하면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5년 가을 김병원 회장과 만났지만 도와달라는 말을 듣진 않았다고 했다. 그저 횡성공근농협 관내 PRC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7차 공판, 12월 8차 공판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증인은 유인목 영월농협 조합장, 신동훈 원주축협 조합장, 이성호 홍천 내면농협 조합장, 김진복 전 평창 대화농협 조합장(지난 3월 낙선), 유병돈 전 기성농협 조합장(지난 3월 낙선), 강성해 한국화훼농협 조합장, 이일구 전 임진농협 조합장(2016년 11월 당선 무효 확정) 등이었다.

이들은 5~6차 공판 증인처럼 김병원 회장이 선거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선 분위기에 위축돼 끌려다녔다고도 했다. 김병원 회장은 위탁선거법 위반과 ‘절대 무관’하다는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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