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의 청년실격]

[오피니언타임스=이주호] 자본주의라는 서사는 경쟁을 메인 테마로 삼는다.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가격을 위한 경쟁, 대중들에게 더 알리기 위한 경쟁이 그렇다. 적자생존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 패배자는 도태된다. 오늘날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유수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경쟁을 견뎌왔고, 견뎌내는 중이다. 그들이 우수했기에 경쟁을 이기고 대기업이 됐는지, 대기업이기에 쉽게 경쟁을 이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정도의 논란일 뿐이다. 

꼭 자본주의 세계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쟁은 자연의 법칙이다. 세계는 제로섬 게임과 같이 내가 얻으면 네가 잃고 내가 잃으면 네가 얻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쟁해야 한다. 자연의 세계에선 이 법칙이 훨씬 노골적이고 야만적이다. 다만, 인류는 약속과 규칙을 통해 이를 중재한다. 예를 들어 소득 분위에 따라 부자에겐 조금 더 높은 세금을 걷는 방식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그러하다. 

Ⓒ픽사베이

이것은 경쟁의 법칙이 아니라 공생의 법칙이다. 너무 많은 규칙은 경쟁의 동인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적절히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건 1등을 강조하는 공정성이 아닌, 1등이 되기 위한 방식이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의 공정성이 아닌, 과정의 공정성이 필요하다.

1+1=2처럼 너무 당연한 말을 구구절절 늘어놨다. 그러나 현재 음원차트에 관련된 논란을 보자면 당연하기만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소위 ‘사재기’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손쉽게 음원차트 순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위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공정성’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가수들이 차트에 오르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음원차트라는 무대에서 모두가 약속하고 지키는 규율을 어기면서 돈을 벌었고, 벌고 있다. 완전한 반칙이다. 

굳이 음원시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비슷한 뉴스들에 많이 지쳐있다. 사회 많은 곳에서 편법, 입시비리, 취업 청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이미 과정의 공정성이 실패한 박탈감과 좌절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부디 음악 세계에선 같은 논리가 작동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어쩌면 너무 늦은, 너무 낭만적인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이주호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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