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영상 감상하기23]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이번에 추천하는 동영상의 연사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1975년 <Bridgewater Associates> 라는 투자회사를 창업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키운 사람이다. 이 회사는 2위부터 4위까지 세개의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인 약 1,500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달리오는 그야말로 무에서 출발해 오늘날 모두가 선망하는 투자회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한 것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달리오는 2019년 9월 기준 약 187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했는데, 2011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 맹세(Giving Pledge)’에 동참해 생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필자가 달리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사업가로서의 면모보다는 금융전문가로서 시장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 때문이다. 필자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그가 해설을 맡은 동영상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에서 비롯되었다. 이 동영상에 관해서는 이미 이 코너에서 소개한 바 있다.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달리오는 금융시장 나아가 시장경제 전체를 기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는 필자와 견해를 달리한다.  필자는 금융시장을 복잡계(complex system)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그간 여러 번 되풀이 되었던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시장의 이런 특성을 간과하고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점점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달리오 같이 금융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전문금융인의 견해를 무시할 수 없기에 필자는 지속적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해왔다.

그 동안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달리오는 <다보스 포럼>의 단골 게스트이며, 또한 미국의 유명 미디어와 빈번한 인터뷰 및 대담을 통해 금융시장의 현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달리오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Principle』(한국에서는 『원칙』으로 출판되었음)과 부채 순환(debt cycle)에 근거해 향후 도래할 경기침체를 예측한 『Big Debt Crisis』와 같은 책을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필자가 보기에 그는 실적과 이론 양면에서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이후 가장 주목 받는 금융계 인사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www.economicprinciples.org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글 《Why and How Capitalism needs to be Reforme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금융계 인사로는 드물게 현재와 같이 방치한다면 미국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달리오는 금융시장에 입문하게 된 일화를 소개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실패와 이로 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기업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과거 자신의 오만으로 인해 주식시장을 잘못 예측했으며 이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이로부터 큰 교훈을 얻어 자신의 기업에 적용함으로써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얻은 교훈은 철저한 진실성(radical truthfulness)과 철저한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에 기초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달리오는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항상 이 두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미팅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 Dot Collecto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직원들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하게 된다. 이때 신입사원도 CEO인 달리오를 포함해 모두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 철저하게 진실을 말하고 철저하게 투명할 것을 요청 받는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직원의 3분의 1 가량은 입사 후 3년 내에 이직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축적한 정보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 <Bridgewater Associates>는 과거 26년 중 23년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개인은 종종 오만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모아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철저한 진실성과 투명성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진다면 집단적인 결정이 항상 우월하다는 것을 지난 20여 년 동안 달리오는 실적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이다. 한국의 기업, 나아가 정부에서도 이런 의사결정의 원칙이 수립된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이나 재벌총수가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내리는 결정에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 바란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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