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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기와 서비스시대, 인터넷 약자는 괴로워[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컴퓨터 못하면 햄버거 못 사먹고 병원 이용도 못하나
신세미 | 승인 2019.12.04 09:52

[논객칼럼=신세미] 얼마 전 또래 모임에서 누군가 카톡으로 보내온 3분 미만의 동영상을 공유하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다들 “바로 내 이야기”라며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그 영상은 한 카페에서 장년층 남성이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인터넷을 통한 정보 이용의 어려움을 따지듯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 남성은 인터넷에서 서류 떼려면 해당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 등을 위해 요구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액티브X 보안프로그램 깔기, 로그인이며 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 기록하기 등의 ‘길고 험난한 과정’을 안타깝게 토로했다. 그는 줄곧 “무얼 까는 게 어찌 그리 많으냐”며 “깔고 깔고”를 연발했고, 우연히 그 상황을 지켜보게 된 젊은 여성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운 표정이었다.

Ⓒ픽사베이

솔직히 나 자신도 인터넷으로 무얼 하다가 ‘내가 나’임을 입증하는 절차의 벽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인터넷 예매도 서투르고,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쇼핑은 안하고 못한다. 사이트의 지시대로 하나 둘 진행하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막혀 더 이상 진도를 따라잡지 못하니, 인터넷을 통한 고속버스 기차표 예매조차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 편의점에서 어렵사리 회원 가입의 절차를 거쳐 택배를 보냈으나, 얼마 후 회원 비밀번호를 찾지 못해 허둥대다가 비회원으로 택배를 보내기도 했다.

TV홈쇼핑에서 앱 이용자에게 추가 할인 혜택을 준다니 앱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로선 그런 혜택을 못 받는 게 억울해 아예 홈쇼핑도 끊었다. 대형 병원서도 휴대폰 문자나 카톡으로 예약 및 진찰 안내를 하는데, 내 나이에 병원 이용도 편치 않다면  좀더 나이 들면 나 홀로 병원 나들이가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우울해진다. 병원 나들이가 주요 일과인 친정어머니는 수십 년 째 혼자 다니시던 병원이 지난 연초 증개축 공사 후 첨단서비스 시스템으로 바뀐 뒤로 병원 나들이를 어려워하셔서 친정 동생이 동행하고 있다.

“컴퓨터를 잘 모른다”는 내게 주위에선 어떻게 직장 생활을 했느냐고 의아해한다. 직장에서는 전산팀이 짜놓은 회사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일 진행에 큰 무리는 없었다. 취재 때면 개인적으로 스마트한 노트북 보다 구식 수첩과 필기도구가 더 편했지만, 그런 중에도 후배 동료의 도움을 얻어 아쉬운 대로 업무를 진행했다(인터넷과 친했다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더 스마트하게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요즘도 ppt 작성이라든지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정작 해야 할 일 그 자체보다 컴퓨터 인터넷과의 대면은 늘 두렵고 어렵기만 하다. 서두의 동영상 속 남성처럼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다 보면 신경이 곧추서고 버튼 하나 잘못 눌러 생기는 돌발 상황에 머리가 아득해진다. 그러다 보면 정작 일의 진도가 더디고 준비 시간은 부족하니 매번 인터넷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기계치인 나로선 디지털세상은 다가서기에 너무도 ‘먼 그대’다. 인터넷 세대인 딸의 도움을 받곤 하지만 집집마다 아들딸들은 자신들은 인터넷 세상을 한껏 즐기면서도 부모의 컴퓨터 도우미를 진득하게 해줄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나이 들어도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루며 도표와 사진 넣은 자료, 음악을 더한 동영상을 만들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원활하게 소통하는 이도 적지 않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달 21일 열린 미국 IT기업의 연례 콘퍼런스에 특별 연사로 초청됐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기술의 과잉과 부작용’을 지적하며 기술이 축복만은 아님을 지적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통령 재임 시절, 호텔 귀빈실에 묶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등이 엄청나게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꺼야 하는지 몰라 아내가 30분 간 헤매다 결국 사람을 불렀고 나는 샤워실 수도꼭지를 잘못 돌렸다가 얼굴에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공항의 체크인 수속이며 햄버거 커피 전문점도 직접 주문보다 기기를 통한 주문의 시대, 머지않아 각종 시설이 컴퓨터 기기를 통한 무인시대가 된단다. 앞으로 컴퓨터 서투르면 햄버거도 못 사먹고 병원 이용도 어려운 세상이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그랬다. 학창시절 이후 줄곧 나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건만 전산화, 정보화의 스마트시대를 맞아 스마트와는 동떨어진 신세라니 서글프다고.

이런 이야기가 첨단기술 시대, 디지털 시대를 거스르는 공연한 넋두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60대 초반 나이에 인터넷 환경에 심한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경험해야 한다니, 고령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100세시대를 맞아 인터넷 약자의 삶이 걱정스러운 현실이 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도 아쉽고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실질적 리더들이 자신들은 인터넷과 더불어 성장했지만 그렇지 못한 앞선 세대들이 첨단 기기를 접하며 느끼는 낯설고 불편한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첨단 기술 개발, 소셜미디어의 대중화와 더불어 덜 디지털화된 사회 구성원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사회 제도적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이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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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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