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저는 1991년 겨울 한 여인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예쁘고 커다란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주변을 헤엄쳐다녔죠. 건강하게 돌아다닌 덕에 별 탈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청년이 된 뒤에는 청춘이라는 바다에 뛰어들어 미친 듯이 팔딱대며 온몸이 펄펄 끓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휘젓고 다녔지요.

한때 용암 속을 유영한다거나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얼음을 깨부수며 사는 전설 속 용들처럼 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신발이 뒤꿈치에 상처를 내는 것처럼,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가다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도망치듯 지금의 직장에 정착했어요. 방황을 겪었지만 그걸 후회하거나 우울해하는 마음은 딱히 없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가 열흘 같기도 어떤 날은 딱 그대로 영원히 멈췄으면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고기들이 그렇듯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들이 덧대어져 3초정도 기억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생 눈을 감지 못하고 아가미를 움직이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인생. 아픈 기억을 빨리 잊는 것도 살아가며 필요한 능력 아닐까요. 팍팍한 현실에 꿈을 밀어내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입에 밥도 들어가고 돈도 벌고, 사랑도 하며 별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픽사베이

스무 살이 돼 대학에 가면, 전역을 하면, 졸업을 하면, 일을 찾으면, 서른이 되면, 어쩌고저쩌고 하는 멋진 계획들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하나 원하는 대로 된 것 없이 어느새 서른이군요. 가끔씩 부푼 꿈을 꾸다가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쭈글쭈글해지고 심하면 펑하고 터져 산산조각이 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제 말이 미덥지 않는다면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 말이 저에게는 꽤나 큰 힘이 되어주었으니까요. 절대 진리란 없겠지만 저마다 믿고 싶은 구절 하나쯤은 있잖아요. 무책임하고 체념하는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저는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잠들어버립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마음만 편해지면 되니까요.

제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억지로 관심을 가져달라는 욕심도 없습니다. 이쯤 살아보니 별 생각 없이 편하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한심하다며 피식하고 코웃음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이룬 것 없는 지금 참 마음이 편하고 즐겁습니다.

더 이상 앞날이 창창하지도 않고 연약하고 허점 많은 삶이라도 뭐 어떻습니까.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도 욕심을 부리는 일 만큼, 다 내려놓는 것도 꽉 붙잡고 있는 것만큼 힘든 일이더군요. 그래서 그 애매한 어딘가를 헤엄치며 편히 살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편한 사람도 있고 끝없이 이뤄나가야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십시오. 저렇게 사십시오. 그런 말 말고 우리 그냥 제 편한 대로 삽시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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