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나주기행]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철거운명의 죽산보(나주 영산강)엘 가봤습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수리시설이길래 그렇게 단명할 운명에 처했는지...” 

거대한 물을 담은 죽산보는 수문 아래 쪽으로 힘차게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죽산보는 유역면적이 2,359㎡이고 저수용량이 25.7백만㎥, 소수력발전 용량 1,220kw(610kwx2)에 이릅니다. 배 나들문이 설치돼 영산강 황포돛배가 보 아래로 지나다닐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죽산보@동이

죽산보 철거방침에 지역 반발은 거셉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지역의회의원들조차 철거를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반면 철거대상에서는 제외돼 상시 수문개방으로 방향이 잡힌 승촌보.  동이가 찾은 날 영산강의 승촌보 역시 거대한 보의 물을 하류로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고정보 위로 흘러넘치는 물소리가 멀리서도 요란하게 들립니다. 승촌보는 유역면적 1,977㎡에 저수용량 9백만㎥ , 소수력 발전용량 800kw 규모.

승촌보 전경@동이

죽산보나 승촌보나 보에 담긴 물은 바다같고 자체만으로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죽산보와 승촌보 주변의 강변도로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자리매김돼 있습니다.

어렵사리 준공한 거대한 보를 엄정한 데이터와 정확한 분석없이 서둘러 결론 낼 일인가?

이들 보를 한번 둘러보고도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습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낮은 평야지형과 바다의 영향으로 해마다 겪는 가뭄과 홍수피해를 방지하고 농업용수 및 생활용수 등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

영산강에 죽산보, 승촌보를 건설하면서 당시 정부가 내건 취지문입니다. 그 취지는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보개방 조절을 통해 운영하면 안될까...작은 시설물도 때려 부수긴 쉬워도 다시 세우긴 어려운 법인데, 22조원이 든 4대강 사업의 거대한 보((洑)들을...

죽산보 기슭에 떠있는 K-water 죽산호@동이

자료를 검색해보니 환경부가 4대강 보(洑) 처리와 관련해 “선(先) 계획, 후(後) 조치가 돼야 한다”며 “계획을 세우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혀 보 철거를 서두르던 당초 정부방침에 다소간 변화가 생긴 듯 합니다.

“지금까지는 논의가 보 문제에만 집중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실시할 때 계획과 절차를 뛰어넘어 문제가 되었던 것. 개별 사업을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필요한 계획을 모두 수립하는 데는 절차가 걸려 (시행)시점을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조명래 환경부 장관)

당초 정부 방침은 ‘4 대강 재(再)자연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16개보 중 금강·영산강의 3개보(금강 세종,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철거하고 13개보는 개방하겠다는 것.

여기에 변화가 생긴 걸까?

환경과 수자원엔 문외한인 터라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죽산보는 당초 해체한다고 했는데 최근 보도를 보니 보 개방만으로도 녹조가 개선된 걸로 나옵니다. 그러하면 보를 해체할 일이 아니라 보 개방을 조절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 '보 개방으로 녹조를 조절하면 되지 않나...'란 물음에 정부가 내놓을 대답이 궁해서 결국 결정을 늦추고 있습니다. 정부로선 폐부를 찔리는 질문이 ‘보 개방’입니다. 물론 환경론자들은 보를 개방하더라도 완전한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성’을 100%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평균 이성과 감성(세금 들어부어 지었는데 세금 또 부어 허물자고? 물 나쁠 때 보 수문 열어서 흘려보내는 게 보의 원래 기능인데 굳이 허물 것까지야... 등등)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일단 조명래 장관이 올 여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 해체하는 계획을 세우는데만 4년 걸린다’며 한 발짝 물러서긴 했지만, 내년 4월 총선 이후 또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여당이 압승하면 계속 해체를 외치고 나올 수도 있죠...”(전문가 답변)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홍보자료에서 “보 개방 이후 물흐름이 회복되고 체류시간도 줄어 조류발생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며 “하지만 보 개방만으로 녹조 등 수질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오염원 관리대책도 지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 개방 모니터링은 철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보 개방에 따른 분야별 효과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관찰/평가해 보 처리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설명합니다.

어쨌거나 당초 보 철거라는 강경방침에선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

그럼에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엔 어찌될 지 모른다”가 정답일 수도 있겠단 ‘불길한’ 생각... 동이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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