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고치고 고쳐도 여전히 국가적 난제, 대학평가 대신 객관적 인재평가 시스템 마련해야

[논객칼럼=김선구] 지난 11월 14일 치러진 수능으로 문을 연 2020년 대학입시 경쟁은 12월 10일까지 합격자를 발표하는 수시모집과 2020년 2월 4일까지 합격자를 발표하는 정시모집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교교졸업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한 때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3D 업종을 중심으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데도 대학 졸업장을 받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백수들이 넘쳐나는 인력수급에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대학 입학이 교육의 전부일리는 없지만 우리 교육제도는 대학입학을 두고 벌어지는 온갖 부작용에만 대처하면서 해방 이후 70여년을 방황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입시전형방식은 셀 수 없이 바뀌어왔다. 항상 문제점이 지적되고 고쳐지는 과정이 반복되었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개선되었다는 평을 듣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수많은 입시제도 변천사를 큰 틀에서 살펴보면 크게 대학별 본고사, 국가시험 그리고 고교내신이란 3대 요소사이의 배합문제로 요약된다.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도 자격시험이냐, 아니면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냐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명칭도 대학입학 연합고사,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를 거쳐 수능으로 바뀌어 왔다. 

우리 세대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세대다. 몇년 후 서울에서부터 중학입학시험이 없어지고 곧 고교무시험제도 도입되었다. 중교교 무시험제로 바꾸는 이유로 당시 유행하던 용어로 치맛바람이고 지금 말로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1960년대 이후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는지 묻고싶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이유로 사교육비 부담, 대학별 입시자율화에 대한 불신에 더해 부동산 정책까지 부차적인 문제인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왔다.

교육의 목적으로 흔히 자아실현과 인격완성 등 내재적 목적과 정치 경제 발전을 위한 발전교육론을 포함하는 외재적 목적이 주장되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 입학을 바라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좀 더 나은 미래를 교육을 통해 확보하려는 동기가 대부분이라 외재적 목적에 따른 전후방 효과를 검토하는 게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선결돼야 한다.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정부나 산업계에서는 유능한 고급인력을 쓰고 싶어한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인재를 뽑고 키워나가고 싶은 수요자에게서 무슨 한계가 있을까?

흔히들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입사에서부터 승진에 이르기까지 우대되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어떻게든지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교교까지 지배한다.

짧은 산업화를 통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감별해내는 기법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입사 후 업무성과 평가가 정밀히 이루어지지도 않는 분야가 많다보니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평생 따라 다닌다. 궁극적인 입시제도 개혁은 입사부터 승진시 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가 스펙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법을 개발하고 훈련시켜 뿌리내리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에 진출해 얼마나 노력해 발전을 꾸준히 이루어 나가느냐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훨씬 중요한데 우리사회는 그런 평가에 관심도 적고 평가마저 신뢰를 못하는 사회다.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는 각종 자료를 통해 선수간 평가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기업이나 정부조직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입시 제도를 고치고 고쳐도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요인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가 있다.

육십만 가까운 수험생을 객관식문제로 실력별로 줄을 세우는 문제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학종과 입학사정관제로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게 가능하지만 사회적인 불신이 높고 자료에 대한 검증도 쉽지 않은 사회다.

수능이 어려우면 불수능이라서 중간층 학생들 실력을 구분하는데 한계가 있고 쉬워서 물수능이면 최상위권 학생들 실력 차이를 판별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학별 본고사 시절 최상위권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경우 실력차이를 쉽게 드러내는 출제가 가능했다. 소수의 핵심 인재를 키워내느냐가 국가의 명운을 크게 좌우하는 시대다.

학생선발에서 세계적 수준의 국가인재를 키우는 수월성 교육기관과 건강한 사회인을 키우기 위한 대부분의 교육기관을 분리시키는 것도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면 가능해 보인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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