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선두주자로서 서민 배려하는 모습 보여주길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오비맥주 카스를 뽑는 기계ⓒ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요즘 주류업계에선 중국산 맥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맥아는 물에 담가 싹을 틔운 후 말린 보리입니다. 맥주 맛과 향을 좌우하는 원료죠.

국내 주류업체들은 호주, 유럽, 북미산 맥아를 씁니다. 오비맥주만이 중국산 맥아를 사용합니다. 오비맥주는 최근 3년간 중국산 맥아를 대거 들여오고 있습니다. 

관세청 통계를 보죠.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6년 10t, 2017년 1100t, 지난해 2만8100t, 올해(지난달 기준) 3만900t입니다.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를 주로 수출용 맥주 생산에 썼다고 합니다.

오비맥주 설명에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관세청 통계상 지난해 맥아 총수입량은 18만7800t입니다. 50%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오비맥주가 맥아 총수입량 중 절반을 썼다 치면 9만3900t을 소비한 셈이죠. 9만3900t 가운데 중국산 맥아가 30%가량 됩니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 해외 매출은 1750억여원으로 총매출의 10% 선입니다. 비중을 견주면 중국산 맥아 상당량은 국산 맥주에 들어갔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집니다. 오비맥주가 싼 중국산 맥아를 사용하는데도 카스 등 국산 맥줏값을 올렸다는 지적이죠. 중국산은 다른 지역 맥아보다 대체로 저렴합니다.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중국산 맥아 1t당 추산 가격은 2016년 600달러, 2017년 410달러, 2018년 402달러, 올해 448달러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 맥아 1t당 추산 가격은 490~530달러대였구요. 

오비맥주는 2016년 11월과 지난 4월, 두 차례 맥줏값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원재료 가격과 제반 관리비 상승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죠. 2016년에야 중국산 맥아 수입량이 10t에 불과합니다만 지난 4월 인상은 의문이 남습니다. 싼 중국산 맥아를 대폭 수입해 쓰면서 맥줏값까지 올린 거니까요.

물론 맥아 가격만 고려해 맥줏값을 판단하는 건 논리 비약일 수 있습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제조원가는 재료비, 노무비, 기타 경비 등으로 결정된다”며 “통상 주류 같은 식품의 원가에서 (맥아가 포함된) 재료비는 30%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중국산 맥아 논란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비맥주 가격 정책에 대한 비판이죠. 오비맥주가 맥줏값을 올릴 때마다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오비맥주가 경쟁업체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아 많은 이윤을 얻으면서도 주기적으로 맥줏값을 올린다”고 꼬집기까지 했죠.

물가감시센터 얘기대로 오비맥주가 맥줏값을 더 받아야 할 상황은 아닙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영업이익만 5145억여원이었고 이익잉여금은 1조6282억여원을 쌓아뒀습니다.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 AB인베브에 3450억여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도 했죠.

오비맥주로선 할 말이 있긴 합니다. 지난 10월 맥줏값을 인하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내년 종량세 시행을 대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됩니다. 종량세는 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술의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주류업체 부담이 덜어질 예정입니다.

국내 맥주시장을 선도하는 1위 기업은 분명 오비맥주입니다. 하이트맥주가 테라로 따라오고 있으나 아직 격차가 제법 납니다. 오비맥주는 선두주자로서 주 고객인 서민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중국산 맥아 논란이 오비맥주 가격 정책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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