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영업점 업무 비중 커… 행장은 금융 전문성 갖춰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금융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전직 관료는 차기 행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1인 시위 중인 김형선 위원장ⓒ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차기 행장 문제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미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행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김형선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9일부터 노조원들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형선 위원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낙하산 행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덥수룩한 수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노조가 반장식, 윤종원 전 수석을 대놓고 비토(거부)하고 있다. 전에 정은보 한미 방위비 협상 수석대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거론될 땐 이 정도로 반대하지 않았는데.

“정은보 대표나 유광열 부원장은 확정된 행장 후보가 아니어서 꼭 집어 반대하지 않았다. 최근 청와대가 반장식, 윤종원 전 수석으로 행장 후보를 좁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행장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둘 다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반장식, 윤종원 전 수석이 행장으로 안 어울리는 이유는.

“둘 다 책상머리에서 경제정책만 기획한 관료다. 은행을 이끌 금융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하다못해 금융 분야를 담당한 경험도 없다. 소통 능력이나 인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수장을 정부가 선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물론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 특히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하곤 성격이 다르다. 정책 집행보다 영업점 업무 비중이 크다. 민간 금융사인 시중은행과 비슷한 셈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장은 반드시 금융 현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다.”

-지난해 말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복지 증진, 국책은행으로서의 공공성 강화 등을 공약했다. 외부 출신 행장과도 그 공약을 완수할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예컨대 공공성을 이루려면 금융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모르는 행장이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하나.”

-노조가 염두에 둔 내부 후보가 있나. 일각에선 노조위원장을 지낸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를 언급하던데. 

“노조가 특정인을 차기 행장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누가 되든 풍부한 금융 전문성을 지니고 조직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기업은행 내부 인사들이 행장을 두고 파벌 다툼을 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파벌이 내부 인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부 인사들도 행장을 노리고 이런저런 싸움을 한다. 파벌 때문에 내부 출신 행장은 안 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행장 임명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절차가 투명해져야 한다. 시중은행처럼 사외이사 등이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드는 형태도 괜찮다. 지금은 청와대가 깜깜이 방식으로 행장을 낙점한다. 어떤 인사가 돼도 불만이 생기는 구조다. 외부 인사라도 금융 전문성을 갖추고 행장 후보로서 자질을 검증받는다면 노조가 왜 반대하겠나.”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과 가까운 관료를 찍어 행장으로 보내려는 것에 대해 실망감이 클 것 같다.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 등 많은 공약을 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거기다 낙하산 인사까지 하려 한다. 노조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청와대가 노조 반대를 무릅쓰고 반장식, 윤종원 전 수석 가운데 한 명을 행장으로 임명하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출근 저지 등 총력 투쟁을 할 예정이다.”

-1인 시위는 언제까지 하나.

“청와대가 낙하산 관료 행장 임명을 철회할 때까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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