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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계 병법’의 첫 번째 ‘만천과해’[김부복의 고구려POWER 33]
김부복 | 승인 2019.12.13 09:52

[논객닷컴=김부복]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자기 임금을 시해하고 백성에게 포학한 짓을 자행하고 있다. 어떻게 이를 용인할 수 있겠는가….”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 유시’를 이렇게 발표했다. 선전포고였다. 

“나는 이제 필승을 거둘 수 있는 계책 5가지를 대략 말하겠다. ① 강대국으로서 약소국을 공격한다는 점이요 ② 명분이 옳은 군사로 역적을 토벌한다는 점이요 ③ 잘 다스려진 나라로 혼란한 나라를 공격한다는 점이요 ④ 편하게 휴식한 군사로 피로에 지쳐있는 적을 상대한다는 점이요 ⑤ 기뻐하는 백성으로 원망하고 있는 자를 공격한다는 점이다. 어찌 이기지 못할 염려가 있겠는가.…” 

기세가 그럴 듯했다. 그러나 막상 고구려의 강인 요하(遼河)에 도착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만만하게 선전포고할 때와 같지 않았다.

강을 건너면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판이었다. 고구려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세민은 은근히 겁이 났다. 

마침 날씨마저 좋지 않았다. 강물에서는 소용돌이가 거세게 일고 있었다. 배를 띄우면 그대로 뒤집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세민은 감히 배를 타고 요하를 건널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이런 이세민을 본 부하장수 설인귀가 꾀를 냈다. 이세민이 타고 있는 배에 장막을 치더니, 술자리를 만들었다. 이세민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날 깨어보니 배는 이미 강 복판에 떠있었다. 이세민은 어렵게 요하를 건널 수 있었다. 설인귀는 이세민의 공포심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술을 권해 취하도록 만든 것이다.

Ⓒ픽사베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 ‘만천과해(瞞天過海)’다. 하늘을 속여서 바다를 건넌다는 얘기다. 

하늘을 속이는 것은 임금인 ‘천자’를 속인다는 말이다. 설인귀는 이세민을 속여서 강을 건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만천과해’는 ‘36계 병법’ 가운데 첫 번째다. 가짜를 가지고 진짜를 감추는 병법이다. 당나라는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시작부터 ‘36계 병법’을 동원했던 셈이다.

임금이 겁을 먹었으니, 아랫것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애당초부터 패한 싸움이었다. 안시성 싸움에서 눈알을 잃고 후퇴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이세민은 벌써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이세민은 고구려 공략 방법을 연구하면서 전 의주자사(宜州刺史) 정원숙(鄭元璹)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수나라 때 양제를 따라서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무장 출신이었다. 

하지만, 정원숙은 의견보다는 ‘반대론’부터 폈다.
“고구려는 길이 멀어서 군량을 옮기기 어렵습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성을 잘 지킵니다. 공격해서 함락시킬 수 없습니다.” 

측근인 이정(李靖)마저 반대였다.
이세민이 “연개소문의 병법을 옛날 고인(古人) 가운데 누구와 견줄 수 있겠는가” 물었다.
이정은 애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고인은 알 수 없지만, 지금 폐하의 장군 중에서는 연개소문의 적수가 없습니다.”

불쾌해진 이세민이 다시 물었다.
“나라의 대(大)와 인민의 중(衆)과 병력의 강(强)으로 어찌 연개소문을 두려워할 것인가.”
이정은 대답은 여전히 껄끄러웠다.
“연개소문은 비록 1인(一人)이지만 그 기재가 만중(萬衆)에 뛰어납니다.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이세민의 당나라 군사가 고구려를 침략하기 위해서는 ‘요택(遼澤)’이라는 늪지대를 통과해야 했다. 장장 200리에 걸쳐 있는 진흙탕이었다. 

이세민이 요택에 이르자, 군사들이 술렁였다. 곳곳에 해골과 뼈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수나라 때 고구려를 침공했던 군사들의 해골이었다. 

이세민 역시 등골이 오싹했다. 그래도 군사들을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 제문을 지어서 읊으며 말했다.
“지금 나라의 자제들이 모두 이 해골의 자손이니 어찌 복수하지 않겠는가.” 

손자병법은 ‘패잔병’을 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① 주병(走兵). 적과 군사력이 비슷한데도 1로 10을 상대하는 경우다. 당할 수 없어서 도망치게 된다.
② 이병(弛兵). 병사들은 강한데 지휘관이 겁 많고 약한 경우다. 군사가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③ 함병(陷兵). 지휘관은 강하지만 병사들이 약한 경우다. 그러면 적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④ 붕병(崩兵). 지휘관과 간부들 간의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다. 간부들은 불만을 품고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지휘관도 간부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싸우려고 든다. 결국 군사가 붕괴하고 만다.
⑤ 난병(亂兵). 지휘관이 나약해서 위엄이 없고 군율도 철저하지 못한 경우다. 사병들을 적절하게 통솔하지 못하고 전투 배치가 엉망으로 되고 만다. 지휘관과 사병들 사이의 질서가 무너진다. 위계질서가 없는 군사가 될 수밖에 없다.
⑥ 배병(北兵). 지휘관이 적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적정을 모르니 열세한 병력으로 강한 적에게 대항하도록 강요한다. 병사들은 그 강한 적이 두려워서 전의를 잃는다. 패배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은 그러면서 덧붙이고 있다.

“패잔병은 자연재해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장수의 잘못(將之過)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 잘 살피는 것이 지휘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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