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오늘은 요리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건데요. 요리 잘하는 방법. 저도 참 궁금하네요. 그럼 여러분 안녕~”

블로그가 만들어낸 폐혜를 극단적 사례로 만들어놓은 드립이 화제다. 제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뒤 막상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내용이 별 게 없다. 하지만 이미 클릭을 해버렸고 트래픽이 올라갔다면 포탈에서 계속해서 상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로그가 상위권에 노출되었단 사실 자체만으로는 솔직히 좋을 건 없다. 하지만 그 블로그가 광고를 받아 수입을 버는 공간이고, 왜곡된 정보로 혼란을 야기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외식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장르소설마냥 정형화된 패턴

흔히 ‘맛집 블로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행보는 패턴화됐다. 그중에는 정말로 맛있거나 고급 음식점들을 염두에 두고 리뷰를 작성하는 곳도 있지만, 처음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움직이는 곳 또한 많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에서 조금만 생각을 변형시키면 이 패턴은 금방 나온다.

예를들어 #매장이름 #분위기깡패 #단짠단짠 #OO동맛집 #(주메뉴이름) #데일리푸드 #(닉네임)을 블로그형식으로 변형시켜보자.

“안녕하세요~ (닉네임)이에요. 오늘 가볼 곳은 OO동 맛집 (매장이름)!! (가족, 애인, 친구 등)과 함께 가봤어요. //사진//예쁜 조명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확 띄었어요 //사진// 이 가게의 메인메뉴인 (주메뉴이름)!! //사진// 맛있겠죠 흐흐 //사진// OO의 풍미와 단짠단짠한 맛, 딱 제 취향의 입맛이에요♡ //사진//”

이후 보여지는 것은 매장의 운영시간과 약도. 혹은 연락처다. 가게의 위치가 역에서 나와 몇분 거리에 위치해있는지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면, 당신은 블로그 아래쪽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게 일상의 기록인지, ‘홍보용’ 목적이 명백한 글인지 알 수 있을테니까.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줄 타는 블로거들

사실상 대가를 받았으면서도 그 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포스팅, 댓글, 게시글 등은 불법이다. 이는 엄연히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은 음식을 공짜로 먹거나 일정량의 사례를 받고, 음식점은 홍보로 인해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블로거 말만 믿고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나와 같이 일했었던 주방 사람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명관씨도 가게 운영하는거 어렵지 않아요. 그냥 인테리어 심플하고 색감 예쁘게 하고, 음식 맛은 별로 없어도 되니까 뭔가 가니쉬 잔뜩 올려서 예쁘게 접시에 담고, 블로거 좀 부르면 돼요. 인스타랑 블로그 올라가면 매출은 늘게 되어 있어요”

이러한 폐혜가 심해지자 정부는 블로그 게시물 작성 시 대가성이 있는 상품이나 돈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문장을 무조건 삽입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블로그들은 이 말을 들었을까? 결론적으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바이럴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블로그들은 자기들이 어디에서 대가를 받거나, 협찬을 받아 글을 작성했다는 내용을 표시했다. 다만 그 표시를 ‘이미지 파일’로 해서 포털 검색 상위노출 알고리즘에 제외되는 걸 피해갔다. 다시 말해 악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처벌은 할 수 없다. 불법은 아니니까.

공멸의 길, 상습적 블로깅

몇몇 사람들은 이 같은 맛집 블로그들이 정말로 음식점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확실히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 정형화된 패턴과 교묘히 협찬을 받았다는 걸 가리는 블로그들이 많지만 그걸 간파하는 사람들이 적어서인 게 첫째고, 음식의 맛이라는 건 솔직히 사진과 리뷰만 봐서는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 둘째다. 일단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필자가 아는 곳만 해도 SNS 홍보 의뢰를 한 뒤의 한달 매출이 이전달 매출보다 약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대가성을 받는 맛집 블로거들은 어지간한 투데이 유입률과 팔로워가 있지 않는 한 기업의 관리 아래에서 움직인다. 바이럴 마케팅을 목적으로 두는 업체들은 ‘체험단’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자영업자들에게 금액을 받은 뒤 체험단을 해당 매장으로 보낸다. 그래서 어지간히 SNS에 노출된 사장님들은 웬만한 블로그 업체들을 알고 있다. 어느 업체가 좋고, 어디는 몇 달 계약금이 얼마고, 어디가 체험단 관리가 부실한지까지 알고 있는 경우 또한 있다. 체험단과 리뷰 관리를 잘 하는 블로그 업체만큼 자영업자들에게 좋은 것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은 불편하다. 이런 수단이 불법은 아니지만 ‘기분나쁜 꼼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어중간한 음식점이라면 블로그 홍보는 독이다. 음식은 팔아서 원재료 외의 마진을 남겨도 홍보비는 총매출액에서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비용이다. 번화가와 상업 중심가, 소비도시로 조성된 상권이라면 몰라도 주거중심지에 있는 음식점이나 특정 연령, 성별을 노리는 음식점이라면 결국 장기적으로 맛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획기적인 맛이나 지속적인 변화가 없다면 음식점은 길게 봤을 때 무조건 매출감소가 온다. 감당할 수 없는 짓은 하지 말자.

블로그 바이럴 마케팅을 알아보는 방법

정말로 정직한 리뷰가 쓰여져있는 블로그를 찾고 싶거나, 정말로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싶다면 우리는 물이끼마냥 퍼져있는 바이럴 마케팅을 간파해야 한다. 간단하다. 몇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블로그의 맨 아래쪽을 본다. 이미지로 어디 업체의 리뷰어인지 나와있거나, 어디 체험단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면 조심스러워져야 한다. 해당 블로그의 다른 게시물들도 들어가 보는 게 필수적이다. 업체관련 리뷰 없이 순수 리뷰도 많다면 상관없으나, 대부분의 포스팅이 업체와 관련되어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둘째. 리뷰되는 지역들을 유심하게 보도록 한다. 아무리 맛있는걸 다양하게 먹고 싶은 사람이라고 해도 웬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상 지역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먹진 않는다. 그제는 부산이었는데 어제는 강릉이고, 오늘은 서울이었다가 내일은 전주라면 둘 중 하나다. 돈을 모아 여행 중이던지, 이미지를 받았던지.

셋째. 패턴의 유사성을 살펴보자.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디저트는 모두 성격이 제각각인 장르다. 그런데 파스타집을 가고 불고기 집을 가고 사시미 집을 갔다가 짜장면을 먹었는데 그 모든 리뷰가 모두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된다면 작성자 자체가 포스팅에 정성을 쏟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필자는 좋아하는 트윗 글이 있다.

좋아하던 라멘집이 인터넷 평이 나빠서 안가게됐다. 보고싶다생각한 영화를 평론가가 “시간낭비”라고 하길래 안본적이 있다. 얼마전 오랜만에 먹은 라멘은 맛있었고 DVD로 본 영화는 재미있었다. 외부에 기준을 맞추면 자기 스스로의 행복조차 모르게 돼버린다.

솔직히 이게 가장 맞는 말이다. 남이 좋든 싫든 본인은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 대세와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흥미가 동한다면 가고 도전하고 싶으면 하자.

그런 지난한 과정의 끝에 찾는 맛집은 아마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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