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의 일기장]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다른 사람의 행동 중 이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읽지 않은 카톡을 쌓아두는 행위’다.

누군가로부터 카톡이 오면 어플에 빨간 표시가 뜬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야 붉은 표시가 사라진다. 나는 그 빨간색을 되도록 보자마자 바로 없애버린다. 몹시 바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칼답’을 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바빠서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그렇다. 휴대폰에 손 못 댈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과 씨름하거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거나, 정신없이 일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한 두 시간, 혹은 하루 종일 메시지를 확인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곧이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에는 잠들 텐데. 잠들기 전에는 분명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텐데’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채운다.

어쩔 수 없이 읽지 못한 메시지. 물론 나에게도 그럴 때 있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잠들기 전에는 읽어 해치운다. 축구팀 골키퍼가 “내 뒤로 공은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듯, 나도 “잠들기 전에 빨간색을 남기지 않는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남기지 말자. 밥도, 메시지도.

정말 그렇게까지 바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을 꼭 붙들고 있다. 여기도, 저기도. 고개만 돌리면 모두 조그마한 직사각형에 시선 고정. 우연히 어깨너머로 상대방의 네모난 화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십중팔구, 노란 말풍선이 두둥실 떠다닌다. 저렇게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데, 쉴 새 없이 카톡을 확인하는데, 왜 빨간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걸까.

이쯤 되면 바빠서 ‘못’ 읽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부러 ‘안’ 읽는 거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요,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솔직히 안 읽는 거 맞잖아요? 실제로 읽지 않은 대화창을 쟁여놓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일부러 확인 안 하는 거라고 대답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귀찮답니다.

다들 인기가 많은가 보다. 감당 못할 양의 연락이 여기저기서 쏟아져서 그런가? 대답할 가치가 없을 만큼 무의미한 발언이 난무하는 건가? 나는 인기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엄청난 수량의 메시지도, 영양가 없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 메시지 다 읽기 귀찮아서 취사선택 좀 해봤으면 좋겠네.

좋다, 귀찮아서 안 읽는 것도 이해한다. 남 사정에 일일이 신경 쓰기에는 당장 내 눈앞의 현실이 전쟁이니까. 한 번 받아주면 계속 피곤하게 하는 사람 꼭 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얘기가 길어질까 봐 걱정되는 거 인정. 그런데 메시지를 읽고 나서 대답을 안 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애초에 안 읽는 배려(?)를 보여주는 그들의 행동은 과연 친절한 걸까?

나에게도 귀찮게 연락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그럴 때 일단 칼답으로 응한다.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얼굴 붉히기 싫어 웃어넘기기도 하지만 일단 답장은 빠르게 한다. 그러고는 대화를 금방 마무리 짓는다. 몇 시간씩 빨간 표시를 박제해놓지 않는다. 바빠서 카톡 확인을 못했다며, 늦어서 미안하다는 등 뒤늦게 사과하는 일은 없다. 늦은 친절보다 빠른 불평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그럴까. 채팅방 리스트에 빨간 표시가 오래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수북이 쌓인 경우는 더더욱 없다.

지인들의 채팅방 리스트를 보면 마치 젠가를 보는 것 같다. 이미 읽은 채팅방과 아직 안 읽어서 빨간 표시가 남아있는 채팅방이 사이사이에 섞여있다. 심지어 한참을 스크롤해서 내려가도 여전히 남아있는 빨간색을 보고 충격받았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안 읽은 걸까.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도 이해 안 되고, 일부러 그랬다는 이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당신의 채팅방에 빨간색이 남아있다면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우성

낮에는 거울 보고, 밤에는 일기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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