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산속에 외딴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에 요제프 모어라는 신부가 외롭게 살고 있었다. 

1818년 어느 겨울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모어는 창문 밖으로 탐스럽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설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외진 마을인 데다, 눈까지 내리고 있어서 자신을 찾아올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난데없는 ‘노크’였다. 

아마도 눈을 피하려는 산짐승일 것이라고 생각,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아랫마을 처녀였다. 

처녀는 다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나무꾼의 아내가 아기를 낳았으니 빨리 가서 축복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처녀는 눈길을 헤치며 모어를 찾아온 것이다. 

모어는 처녀를 앞세우고 달려갔다. 이리 미끄러지고, 저리 자빠지면서 허겁지겁 뛰어갔다. 나무꾼의 집은 자기 마을보다도 훨씬 외진 곳이었다.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눈이 그치고 있었다.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19세기 초였으니, ‘미세먼지’라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별은 요즈음보다 훨씬 반짝였을 것이다.

모어와 처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무꾼의 집으로 들어섰다. 사내아이가 강보에 싸여 새록새록 잠들어 있었다. 세상의 축복을 온통 혼자서 받은 듯 행복해 보였다. 

추운 산속에 있는 집이라 노새와 소 등 가축도 집안에 함께 있었다. 모어는 불현듯 아기 예수가 탄생하던 옛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려고 산길을 내려오던 모어의 머릿속을 시 한 구절이 스치고 지나갔다. 스스로 생각해도 아름다운 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모어는 발길을 돌려 친구 프란츠 그뤼버의 집을 찾아갔다. 그뤼버는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모어는 시를 단숨에 써서 그뤼버에게 들이밀었다. 그 시에 곡을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르간이 ‘먹통’이었다. 건반을 두드리지 않고는 곡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뤼버는 망가진 오르간 탓만 하고 있었다. 

모어는 부랴부랴 자기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처박아두었던 기타를 끄집어내서 다시 그뤼버를 찾아갔다. 

그뤼버는 기타로 가다듬어가며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된 것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오후 4시쯤이었다. 

이렇게 이름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노래는 아름다운 가사와 함께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모든 교회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이 노래가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그랬으니 올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탄생 201주년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점점 유명해졌다. 마침내 임금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노래가 탄생한 지 26년 후인 1844년, 베를린 왕실 성가대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어전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합창했다. 

프리드리히 임금은 노래를 듣고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듣던 대로 아름다운 곡에, 아름다운 가사였다. 

프리드리히 임금은 노래를 만든 사람을 표창하고 싶었다. 즉시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관리가 산골 마을로 파견되었다. 수소문 끝에 작곡자 그뤼버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사를 지은 모어 신부는 없었다. 이미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오늘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다. 모른다면 ‘외계인’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교회를 다니는 신자든, 아니든 간에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한두 번씩은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리면 더욱 좋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기상청 예보는 “확률로 볼 때 눈보다 비”라고 했다.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38번의 크리스마스 가운데 서울에 눈이 온 해는 모두 12번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비율이 31.6%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도다. 그렇더라도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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